70만원 찍고…삼성전자株 ‘꿈의 100만원대’ 솟을까

  • 입력 2009년 7월 28일 21시 12분


삼성전자의 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28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000원 오른 70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6월 18일(70만4000원) 이후 1년 1개월여 만에 70만 원 대에 다시 올라섰다.

삼성전자 주가의 역대 최고점은 지난해 5월 15일 기록한 76만4000원이다. 요즘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지금 기세대로라면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목표주가를 90만 원 이상으로 잡은 곳도 있고, 주당 100만 원도 가능하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주가와 함께 원화가치가 오르면서 삼성전자의 달러환산 시가총액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실적만 든든히 받쳐준다면 머지않아 일본의 글로벌기업인 도요타자동차를 추월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기업들이 깊은 불황 속에서도 세계시장의 지배력을 넓히며 해외 경쟁사들과 주가 차별화 양상을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되는 실적 개선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지가 가장 큰 변수"라고 분석한다.

●시가총액 100위 밖에서 50위권으로 껑충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주말(24일) 현재 글로벌 상장사 중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은 중국의 페트로차이나(시가총액 4085억 달러)였다. 그 뒤를 미국 엑손모빌(3527억 달러), 중국 궁상(工商)은행(2497억 달러) 등이 잇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805억1300억 달러(약 100조6000억 원)로 전 세계 상장사 중 58위를 차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4위), IBM(17위), 애플(23위), 인텔(43위) 등 다른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보다는 처지지만 지난해 말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및 주가 하락으로 100위 권 밖으로 밀렸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상승세다. 특히 글로벌 경쟁사인 핀란드의 노키아(106위), 일본 소니(270위) 등은 이미 멀찌감치 따돌렸다.

증권사들의 전망대로 삼성전자의 주가가 90만 원 대로 올라서고 환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진다면 시가총액 순위가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제치고 20위권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도요타는 24일 현재 시가총액이 약 1363억 달러로 세계 27위권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오히려 더 강해졌다. 삼성전자 주가는 2008년 이후 24%나 올랐지만 같은 업종에서 경합하는 인텔, 노키아, 모토로라 등은 같은 기간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다른 기업들이 글로벌 수요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신제품 출시 등 공격적 영업과 원화 약세 등에 힘입어 기업 가치를 키웠다.

●꿈의 주가 100만 원 가능할까

여의도 증권가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 100만원'이란 구호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초 IT버블 당시를 비롯해 2004년, 2006년 등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릴 때마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이 같은 '꿈의 주가'를 외쳤다. 그러나 카드사태와 글로벌 경제위기 같은 악재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증권가에는 '삼성전자 100만 원 징크스'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권사는 물론이고 외국계 증권사들도 "이번만은 다르다"며 삼성전자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24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모든 사업영역에서 시장점유율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73만원에서 92만원으로 높였고 BoA메릴린치도 같은 날 90만원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우리투자증권 박영주 연구원은 "과거에는 관련 업황이 좋았을 뿐 삼성전자의 산업 내 지위는 높지 않았다"며 "지금은 반도체 등 각 사업부문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거나 시장점유율 확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해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화약세의 효과를 하반기에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데다 글로벌 수요 회복이 더디면 삼성전자만 호황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도 없다. 또 세계 경기가 본격 회복되더라도 구조조정을 거치며 체력을 비축한 미국 일본 기업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JP모간은 "비록 삼성전자가 2분기엔 다른 글로벌 기업들을 압도했지만 실적은 3분기에 피크를 치고 4분기부터는 떨어질 것"이라며 현 주가보다 낮은 62만 원을 목표주가로 정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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