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빅딜…미션은 ‘투수 헌팅’

  • 입력 2009년 7월 28일 08시 36분


마감시한 임박한 ML ‘논 웨이버 트레이드’  

8월1일(한국시간)은 메이저리그 ‘논 웨이버 트레이드’ 마감일이다. ‘논 웨이버 트레이드’는 구단이 모든 결정권을 갖고 트레이드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계약조건에 ‘트레이드불가 조항’이 있다면 이는 반드시 상의해야 하지만 조건이 없을 때는 구단이 마음대로 트레이드할 수 있다. 8월1일이 지난 후의 트레이드는 웨이버를 통해야 한다. 마감시한이 지났다고 트레이드가 벌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웨이버(waiver)’는 말그대로 무엇을 흔든다는 뜻이다. 골프의 파3홀에서 경기 진행을 위해 앞 팀이 그린에서 손을 흔들어 뒷팀에게 티업을 하라고 하는 행위도 웨이버라고 한다. 멀리서 손을 흔들어 시그널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8월 이후에는 각 구단에게 알린 다음(웨이버 공시)에 트레이드를 추진하는 것이다. 구단끼리의 담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핵심은 에이스 투수다. 지난 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강타자 앨버트 푸홀스를 보호하려고 맷 할러데이를 오클랜드에서 트레이드했다. 하지만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가 되는 할러데이가 카디널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큰 변수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97년 오클랜드와 세인트루이스는 그 때도 마감시한을 앞두고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슬러거 마크 맥과이어와 유망주를 포함한 2-2 트레이드였다. 당시 맥과이어는 프리에이전트를 앞두고 있었다. 카디널스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98년 미 대륙을 뜨겁게 달군 홈런레이스로 맥과이어 대박을 터뜨린 바 있다.

○왜 투수일까

지난 시즌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가장 주목을 받았던 선수는 현 뉴욕 양키스 좌완 C C 사바시아였다. 클리블랜디 인디언스는 성적이 곤두박질치자 일찌감치 시즌을 포기하며 사이영상 수상자 사바시아 트레이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시장이 작은 클리블랜드로서는 시즌 후 FA가 되는 사바시아를 잡을 수 없는 탓에 트레이드를 통해 유망주로 전력보강을 하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사바시아는 결국 지난 해 7월8일 밀워키 브루어스에 2대3 트레이드로 팀을 옮겼다. 밀워키는 사바시아를 영입, 26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비록 디비전시리즈에서 월드시리즈 우승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1승3패로 무릎을 꿇었으나 사바시아 트레이드는 밀워키에 큰 성공을 안겼다.

스포츠 시장이 작은 밀워키도 오프시즌 FA가 된 사바시아를 뉴욕 양키스에게 빼았겼다. 사바시아는 밀워키의 3개월짜리 임대선수로 끝났다.

투수가 마감시한에 주목을 받는 이유는 야구가 투수놀음이기 때문이다. 슬러거를 영입한다고 성적으로 반영되는 경우는 썩 많지 않다. 투수는 역대로 월드시리즈 우승은 힘들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은 보장된다. 최근의 강타자 영입 성공 케이스는 LA 다저스의 매니 라미레스였다. 다저스는 라미레스 영입으로 88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승리하며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다.

○올시즌 주목받는 에이스감은

26일자 LA 타임스는 LA 다저스에 압력을 가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팀내 에이스인 채드 빌링슬리는 완투력이 없는데다 현 마운드 진용으로는 88년 이후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는 호기를 놓칠 수 있다며 에이스를 영입하라고 주문했다.

다저스가 영입할 수 있는 후보로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로이 할러데이(11승3패 방어율 2.62),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클리프 리(7승9패 3.14), 시애틀 매리너스 재럿 워시번(8승6패 2.71)이다. 할러데이와 리는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완투형 투수들이다. 3명 가운데 워시번의 경력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완투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러나 올해 FA를 앞두고 기대 이상의 피칭을 하고 있다.

토론토는 할러데이를 두고 월드시리즈 2연패를 노리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접촉을 했으나 워낙 요구조건이 커 사실상 협상이 결렬됐다. 과연 3명 가운데 누가 트레이드로 새로운 둥지를 틀 수 있을지가 흥미롭다.

○임대선수는 누구에게 득일까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트레이드되는 선수는 대부분 FA를 앞둔 에이스급과 강타자들이다. 영입하는 팀으로서는 일종의 임대선수다. 사실 시즌을 포기하는 팀은 에이스 트레이드로 전력보강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92년 뉴욕 메츠는 8월 웨이버 트레이드로 데이비드 콘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주고 2루수 제프 켄트를 받았다. 콘은 토론토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켄트는 명예의 전당 2루수가 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윈윈 트레이드 성공 사례다.

랜디 존슨의 경우는 그를 받아 들인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손해본 케이스로 꼽힌다. 98년 7월31일 시애틀은 존슨을 휴스턴에 주고 프레디 가르시아, 카를로스 기옌(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존 할라마를 받았다. 존슨은 휴스턴에 트레이드된 뒤 11경기에 선발등판해 10승1패 방어율 1.28의 눈부신 성적을 기록했다. 휴스턴은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또 한번 디비전 시리즈에서 애틀랜타에 1승3패로 패하고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존슨은 FA로 휴스턴을 떠났고, 시애틀로 보낸 3명의 선수는 모두 주전이 되었다.

마감시한 트레이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입 팀보다는 대상 팀이 카드만 잘 맞으면 큰 득이 될 수 있는 게 메이저리그의 ‘논 웨이버 트레이드’다.

LA|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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