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드라이버 싸움? NO!

  • 입력 2009년 7월 28일 08시 32분


‘짤순이 골퍼’ 환갑 왓슨-단신 아이… 거리 대신 정교함 승부 고정관념 깨

최근의 투어 경기에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가 골프는 힘이 아닌 정교함의 게임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20일 끝난 브리티시오픈에서 베테랑 톰 왓슨(미국)이 보여준 아름다운 투혼은 골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골프는 드라이버의 싸움이 아닌 14개의 클럽을 골고루 사용해야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아들 뻘 젊은 선수들에 비해 드라이버 샷이 한참이나 짧았지만, 왓슨은 4라운드 내내 선두권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힘으로 밀어 붙인 선수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며 골프란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했다.

27일 끝난 에비앙 마스터스에서도 힘과 정교함의 싸움이 펼쳐졌다. LPGA 투어 대표적 ‘짤순이’ 미야자토 아이와 장타자 소피 구스타프슨이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우승컵은 아이의 품에 안겼다. 155cm의 미야자토 아이는 평균 드라이버 샷이 250야드에 불과하다. 어지간한 아마추어 골퍼라면 쉽게 보낼 수 있는 평범한 거리다. 이번 대회에서도 평균 250.13야드 밖에 나가지 않았다.

구스타프슨은 평균 261야드를 날렸다. 한 클럽 이상 차이다. 짧은 비거리 극복을 위해 아이는 치밀한 전략 골프를 구사한다. 정교한 아이언 샷과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으로 그는 일본에서만 12승을 챙겼다. 연장전에서 아이는 드라이버로 티 샷을 했다. 페어웨이가 좁은 코스지만 자신의 정교함을 믿었다. 구스타프슨은 페어웨이 우드를 들었다.

여기서부터 거리차이가 났다. 볼이 떨어진 지점은 거의 비슷했지만 아이는 페어웨이에, 구스타프슨의 볼은 러프에 빠졌다. 아이는 드라이버 샷의 거리가 짧은 대신 페어웨이 적중률이 높다. 56차례 티샷 중 39차례를 페어웨이에 떨어뜨렸다. 적중률이 70%%에 육박한다. 승부는 그린에서 끝났지만 행운의 여신은 티 샷을 하는 순간 아이쪽으로 기울어졌다.

아이의 스윙을 보면 ‘슈퍼땅콩’김미현을 연상시킨다. 김미현도 힘보다 정교함으로 LPGA 투어를 정복했다. 157cm에 불과한 키 때문에 다른 선수들에 비해 드라이버 샷이 20야드 이상 짧았다. 드라이버 샷 평균 비거리가 235.7야드로 147위다.

짧은 비거리 만회를 위해 김미현의 골프백 안에는 아이언 대신 페어웨이 우드로 가득하다. 프로 선수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9번 우드까지 들고 다녔다. 김미현의 우드 샷은 LPGA 투어에서도 유명하다. 정확성은 물론 그린에 떨어져 많이 굴러가지 않는 샷을 잘 쳤다. 신기할 정도다. 1999년부터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미현은 거리가 아닌 정교함으로 8승이나 챙겼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일단 티잉 그라운드에서 냅다 질러놓고 본다. 거리가 뒤쳐지면 손해 보는 느낌 때문이다. 물론 거리가 많이 나가면 좋은 점이 많다. 다음 플레이가 쉬워진다. 롱 아이언이 아닌 쇼트 아이언으로 그린에 올릴 수 있으니 버디나 파 찬스가 많아진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잘 맞았을 때 얘기다. 14차례의 드라이버 샷 중 10차례 이상 페어웨이에 떨어뜨리는 프로도 드물다.

70%%만 넘기면 우승권에 근접한다. 아마추어는 반타작도 힘들다. 왓슨과 아이의 경기를 보면 골프는 힘이 아닌 정교함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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