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상 기자의 푸드다이어리] 사케와 안주 속궁합 공식

  • 입력 2009년 7월 28일 07시 52분


화려한 쿤슈 & 생선회·구이… 청초한 소슈 & 모밀·복어회

올 초 사케의 본고장인 일본 니이가타현을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한 료칸(일본 전통 여관)에서 내놓은 가이세키(코스 요리)에 사케를 곁들여 마셨는데 입에 착착 달라붙었다. 일식과 사케의 탁월한 마리아주(궁합)가 만든 결과다. 코스 요리에서 사케는 와인과는 좀 차이가 있다.

와인이 스파클링, 화이트, 탄닌이 약한 레드, 탄닌이 강한 레드 등 코스에 나오는 요리의 성격에 따라 각각 다른 캐릭터를 매칭한다면 사케는 그렇게 세분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식 요리의 성격에 따라 잘 어울리는 사케는 분명히 존재한다. 와인나라 아카데미 강사이자 점장을 맡고 있는 사케 소믈리에(키키자케시) 김소영 씨에게 일식과 사케의 궁합에 대해 들어봤다.

○쿤슈는 흰살생선과 함께 먹어요

사케는 ‘따뜻하게 데워 먹어야 제 맛’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국내에는 많다. 반대로 사케를 좀 마셔봤다는 사람들은 ‘좋은 사케는 아주 차갑게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이 맞는 얘기일까. 둘 다 ‘예스(Yes)면서 동시에 노(No)’다. 무더운 여름에는 냉두부 요리에 곁들인 차가운 나마자케가 더할 나위 없이 맛있다. 반면 겨울에는 어묵 국물에 따듯하게 데운 한 잔의 히레사케가 최고다. 사케는 온도와 계절, 함께하는 음식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낸다는 얘기.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사케 중 화려한 향과 산뜻한 맛이 특징인 것을 ‘쿤슈’라 칭한다. 대표적으로 긴죠슈, 다이긴죠슈, 약간의 나마슈 등이 있다. 그 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강하지 않은 음식을 매칭하는 것이 좋다. 생선회라면 특히 흰살 생선, 구이류라면 소금구이, 사케로 만든 찜 류 등 강하지 않으며 은은한 향을 가진 재료의 신선한 맛을 살린 요리와 잘 어울린다.

○계절에 맞는 사케와 음식을 매칭 최고

나마자케, 혼죠조, 준마이슈처럼 청초한 향과 경쾌한 맛이 특징인 사케는 ‘소슈’라고 한다. 소슈에선 여름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상쾌한 사케에 깔끔한 맛의 일본식 모밀(소바), 쑥갓 튀김, 복어회, 무 샐러드 등을 곁들이면 최고의 여름 맛을 낼 수 있다.

쿤슈는 가을을 생각나게 한다. 가을의 향취가 듬뿍 묻어나는 은어 소금구이, 갯장어(아나고) 구이, 광어회 등과 절정의 맛을 만든다.

겨울에는 향이 풍성하고, 부드럽고, 걸쭉하기까지 한 ‘준슈’가 음식과 함께 하는 데 좋다. 준마이슈와 혼죠조의 일부가 준슈에 속하는 데 스키야키, 달콤한 데리야끼 소스가 풍부한 닭튀김(야끼도리), 간장 양념이 쏙 벤 튀긴두부(아게다시 도푸), 붉은 빛이 도는 겉만 구은 참치(마구로 타다끼) 정도면 준슈와 좋은 짝을 이룬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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