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민주 ‘미녀 자객’ 전략 공천

  • 입력 2009년 7월 28일 02시 50분


일본 총선에서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오타 아키히로 대표와 맞붙을 민주당 아오키 아이 참의원 의원이 최근 도쿄 지역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왼쪽은 아오키 의원을 ‘미녀자객’으로 전략 공천한 오자와 이치로 대표대행.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일본 총선에서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오타 아키히로 대표와 맞붙을 민주당 아오키 아이 참의원 의원이 최근 도쿄 지역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왼쪽은 아오키 의원을 ‘미녀자객’으로 전략 공천한 오자와 이치로 대표대행.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아나운서 출신 아오키 의원
공명당 대표 지역구에 투입

일본 민주당이 8·30 총선을 앞두고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대표 지역구에 ‘미녀 자객’을 공천했다. 민주당 간판으로 출정하는 이 후보는 아나운서 출신으로 인지도가 높은 아오키 아이(靑木愛·43) 참의원 의원. 여당 거물의 대항마로 참신한 이미지의 미녀 후보를 맞세워 이 지역구를 상징적인 여야 전투장으로 만든 다음 당력을 총투입해 승리를 거둠으로써 정권교체의 상징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원래 미녀 자객 공천은 2005년 총선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대성공을 거뒀던 선거 전략이다. 그는 우정민영화 추진에 반발해 탈당 출마한 33명의 ‘반란 후보’를 진압하기 위해 표적 공천을 했고, 그중 상당수가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여성이었기 때문에 ‘미녀 자객’으로 불렸다. ‘미스 도쿄대’ 출신으로 재무성 과장을 지낸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 ‘카리스마 주부’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요리연구가 출신 후지노 마키코(藤野眞紀子), 앵커 출신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의원 등이 주인공. 고이즈미 전 총리는 이들을 앞세워 반란파를 궤멸시키고 자민당 압승을 이끌어냈다.

4년이 지난 이번 총선에서 미녀 자객 공천을 기획한 인물은 민주당 선거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대행이다. 그는 당초 자신이 직접 오타 대표와 맞붙어 선거 돌풍을 주도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불법 선거자금에 연루된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신선한 인물을 공천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 전략은 일단 1단계 목표인 ‘관심 끌기’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의원들조차 아오키 의원의 공천 사실을 24일 발표 직전까지 몰랐고 아오키 의원도 출마 기자회견 30분 전에야 처음으로 도쿄12구에 얼굴을 내밀 만큼 깜짝 공천이었다. 아오키 의원은 단숨에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공명당과 자민당은 겉으로는 “지역 연고가 없는 인물을 낙하산으로 공천한 것이어서 파괴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도 “30, 40대 주부 표가 동요할 수 있다”며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2005년 자민당이 그랬던 것처럼 2009년 민주당의 미녀 자객 공천이 총선 승리의 발판이 될지 주목된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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