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한국인, 자부심 가져도 된다

  • 입력 2009년 7월 28일 02시 50분


2009년 2월 이후 한반도 정세는 줄곧 긴장 상태다. 4월 27일 북한이 1953년의 정전협정 무효를 선언한 이래 남북한은 이론상 다시 전쟁 상태로 들어갔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질서와 경제 상황을 볼 때 전쟁 상태라고, 혹은 보복하겠다고 목이 쉬도록 외치는 북한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는 듯하다. 마음속 깊이 탄복하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필자는 6월 말 이후 줄곧 한국에 머물면서 경희대 여름방학 프로그램에서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에서 한 달간 지낼 예정이라고 하니 베이징의 친구들이 깜짝 놀랐다. 그들은 걱정하면서 남북한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나는 서해에 뛰어들어 헤엄쳐 돌아오겠다거나, 도망치다가 굶어죽을까 염려돼 절대 북쪽으로 도망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농담을 했다. 그러자 친구들은 웃으면서 전쟁이 일어나면 1950년 때처럼 중국이 북한 측에 서서 지원군을 파견할 것 같지 않으니 한국어를 빨리 배워 살길을 스스로 찾으라고 말했다. 농담이었지만 중국인들은 한반도 정세를 이처럼 매우 긴박하고 불안정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

경희대에서 강의하면서 한국 제자들과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중국인은 이처럼 긴장하고 걱정하는데 한국인은 어째서 그렇지 않느냐고. 대답은 대략 세 가지 중 하나였다. 먼저 1953년부터 현재까지 북한은 항상 저렇게 한국을 위협했고 한국인은 이런 위협 속에 익숙해졌다는 대답이다. 두 번째는 북한 김정일 정권은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돼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을 향해 군대를 진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스스로의 안전을 확신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먼저 전쟁을 일으키면 그 결과로 북한은 완전히 괴멸될 뿐이라는 대답이다.

세 번째 대답은 북한 같은 이웃 국가를 둔 것을 그냥 재수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오랫동안 햇볕정책을 썼는데도 북한은 조금도 유연해지지 않았다. 결국 한국은 이런 상황을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충돌을 바라지는 않지만, 충돌이 발생해도 두렵지 않다는 얘기다. 군사적 충돌이 없을 때 열심히 생활하고, 군사 충돌이 정말로 발생하면 그때 생활방식을 바꿔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이 세 가지 답변을 들으면서 한국과 한국인의 심리상태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존중하게 됐다.

불안정한 북한을 상대하면서도 한국인은 수십 년 동안 스스로의 생활방식을 굳건히 지켜 왔다. 전쟁과 핵무기의 위험이 가득한 하늘 아래에서 스스로의 삶을 추구해왔다. 정말로 사람을 탄복하게 만드는 생활과 생명의 힘이다. 위협을 직시하고 의연하게 대처할 때만 얻을 수 있는 평온함이나 태연자약함과 별반 차이가 없다.

오늘날 남북한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남한 국민은 스스로 원하는 방식대로 생활하고 북한 사람들은 이러한 권리를 박탈당한 데 있다. 오늘날 북한의 곤경은 북한 지도자들이 단지 극소수의 사람이 이해하는 국가발전 방식만 고집할 뿐, 인민의 생각을 듣지 않는 데서 나왔다.

만일 어느 날 노벨평화상을 추천할 수 있다면, 나는 한국인 전체를 추천할 것이다. 한국인은 1953년부터 지금까지 저렇게 시비 걸기를 좋아하는 이웃을 옆에 두고 ‘한강의 기적’을 창조해냈다. 또 핵무기의 그늘 아래에서도 이토록 분주하면서도 여유 있게 일하면서 즐기고 있다. 한국인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평화의 귀중함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들은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

주펑 베이징대 교수·국제관계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