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빠…1박빠… 패떴빠…‘예빠’가 떴다

  • 입력 2009년 7월 28일 02시 50분


특정 예능 프로그램 집단적 열광
연예인뿐 아니라 PD등에도 관심
선물공세-비판여론 공동 대응도

지난달 18일 동호인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1박2일’ 갤러리 회원 두 명이 1박2일 제작진을 만나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사를 찾았다. 이들은 갤러리 회원 100여 명이 모은 돈 321만 원으로 출연진 6명과 제작진을 위한 티셔츠, 수건, 떡과 출연진의 어록 등을 모아 만든 책 ‘예능의 정석’을 전달했다. 1박2일 방송 100회를 축하하기 위해서다.

이 갤러리에서 아이디 ‘곰탱이’로 활동하는 누리꾼은 “1박2일은 프로그램 분위기가 훈훈하고 서로를 구박하는 개그가 없어 좋다”며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어 선물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8시간 넘게 예능의 정석을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예능의 정석은 일부 회원이 아이디어를 모아 집필했고 일러스트레이터 출신 회원이 표지 디자인을 맡았다. 제작기간만 한 달 넘게 걸렸다.

최근 특정 예능 프로그램에 열광하며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이른바 ‘예빠’들이 등장하고 있다. 가수, 탤런트 등 개별 연예인을 추종하는 팬덤 현상이 예능프로그램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이들은 좋아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무도빠’(무한도전 팬) ‘1박빠’(1박2일 팬) ‘패떴빠’(패밀리가 떴다 팬) 등으로 나뉜다.

‘예빠’는 일반 연예인 팬과 성격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출연 연예인뿐 아니라 PD와 작가 등 제작진도 열성적으로 응원한다는 점. 1박2일 김대주 작가는 “1박2일 팬들은 시청자 게시판에 나영석 PD를 좋아한다는 글을 쓰는 등 출연진의 개인 팬클럽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MBC 무한도전 팬들은 이달 중순 연출을 맡은 김태호 PD의 결혼 소식이 전해지자 게시판을 김 PD의 결혼 축하글로 도배했다.

예능프로그램 팬들은 해당 프로그램이 비판 대상이 되면 인터넷에서 힘을 합쳐 방어하기도 한다. 아이돌 스타의 팬처럼 집단의 힘을 형성하는 것. 지난달 22일 뉴라이트전국연합이 홈페이지의 ‘수요연재만화’ 코너에서 무한도전에 나온 자막을 문제 삼으며 ‘무한도전이 시청률과 인기를 이용해 현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무한도전 시청자 게시판에는 ‘뉴라이트전국연합에 전화 걸어 항의했다’는 등의 글이 30여 개 올라왔고 이 웹사이트는 팬들의 접속으로 한때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예빠들은 제작진 못지않게 시청률에 민감하다. 방송시간이 토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같은 SBS ‘스타킹’과 MBC 무한도전 시청자 게시판은 방송 이후 시청률 이야기로 뜨겁다. 이달 18일 무한도전이 15.8%, 스타킹이 15.5%의 시청률을 기록하자 무한도전 게시판에는 ‘다음 주에는 꼭!!! 스타킹과 차이가 나는 시청률이 나오길 바랍니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요즘 예능프로그램은 출연진이 특정 캐릭터를 갖고 매회 다른 상황에 처해 연기를 한다는 점에서 버라이어티 쇼보다 시트콤에 가깝다”며 “캐릭터와 줄거리 흐름에 몰입하는 ‘극’ 장르의 팬과 유사해 팬 층이 두껍고 팬덤 현상도 오래 간다”고 분석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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