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활짝 웃은 커피전문점… 시장규모 10년새 5배로

  • 입력 2009년 7월 28일 02시 50분


《#1. 27일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커피전문점 매장. 점심시간인 12시경 이미 5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커피 잔을 앞에 둔 남녀노소 가운데 20여 명은 한눈에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이상의 남성들. 퇴직한 지 몇 년 됐다는 이정식 씨(65)는 “예전에 근처 사무실에서 근무했는데 그때 알던 사람들을 만나러 나올 때 자주 들른다”며 빨대를 입에 물었다.

#2.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신촌)의 3층 건물 커피전문점에는 노트북을 앞에 두거나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한 여학생은 “학교 과제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할 때 찾는 곳”이라며 노트북에 시선을 고정했다.》



IT세대와 만남 ‘디지털 노마드 문화’로 자리 잡아

다국적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국내에 들어온 지 10년 만에 바꿔놓은 ‘커피문화’의 일면이다. 스타벅스는 1999년 7월 27일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열었다. 국내 토종 브랜드인 엔제리너스 커피사업부 이태환 팀장은 “스타벅스의 국내 진출을 계기로 국내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이 급팽창했다. 당시 스타벅스 커피를 즐기던 20대들이 30대가 되면서 에스프레소의 대중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스타벅스 10년만에 300호점 눈앞

스타벅스의 등장은 ‘다방커피’로도 불리는 인스턴트 커피 일색이던 국내 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규모 면에서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은 1999년 2660억 원에서 2008년 1조2150억 원으로 5배로 팽창했다. 오피스 건물이 밀집된 중구 무교동길 300m 내에 자리 잡은 커피전문점은 카페를 표방한 제과업계 등을 포함해 10여 곳이나 된다. 30m에 한 개꼴로 자리한 셈이다.

스타벅스는 10년 만인 7월 현재 29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300호점 개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매출도 첫해 86억 원에서 20배 가까이 늘어 지난해 1710억 원을 올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매장이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고, 스타벅스가 진출한 세계 50개국 중 5위 안에 드는 성장세”라고 말했다.

경쟁업체도 우후준순처럼 늘었다. 10년 전 국내에는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이 전무했지만 이제는 국내 업체들까지 가세해 대형 체인 브랜드만 10곳이 넘는다. 현재 외국계인 커피빈이 200개, 토종 브랜드인 할리스 207개, 엔제리너스 169개, 탐앤탐스 133개 점이 있다.

커피전문점의 에스프레소는 마트용 RTD(Ready To Drink·휴대용기 음료)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스타벅스가 동서식품과 손을 잡았고, 엔제리너스도 롯데칠성을 통해 캔과 컵 커피를 내놓고 있다. 할리스는 웅진식품과, 일리는 코카콜라와 손잡는 등 음료업체와 고급 커피 브랜드의 제휴가 잇따르고 있다.

○ 정보기술(IT)세대 넘어 중년층까지 확산

이 같은 급성장은 커피전문점이 커피를 판매하는 외식업체 이상의 문화로 자리 잡은 데서 비롯됐다. 특히 디지털 유목민으로 불리는 IT 세대와의 만남으로 커피전문점은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새로운 문화를 낳고 있다. 커피전문점을 사무실로 사용하는 ‘코피스(coffee+office)족’, 혼자 시간을 즐기는 ‘글루미(gloomy)족’ 등이 대표적이다.

한수경 한국바리스타협회 대외협력위원장은 “노트북과 닌텐도 등 혼자 가지고 놀 수 있는 디지털 기기가 생기고 이를 중심으로 디지털 노마드(유목민) 문화가 생겼는데, 밝은 조명과 푹신한 의자 그리고 혼자서도 당당히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제공하는 커피전문점이 이런 문화를 지지하는 장소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젊은층을 넘어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스타벅스의 지난해 9월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고객의 평균 나이는 32세로 30대다. 고객의 68%가 25∼44세까지 고루 분포돼 있다. 남성 고객도 48%나 된다.

특히 중년층 이상의 남성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커피빈에서는 중년 고객을 위한 메뉴를 따로 내놓았다. 커피빈 관계자는 “메뉴가 복잡하다 보니 어른들은 보통 ‘커피 2잔’ 식으로 주문을 한다. 그래서 2007년 중반부터 우유와 설탕을 넣은 예전 다방커피를 ‘커피빈 커피’로 이름 붙여 판매하고 있다”며 “1년 만에 이 커피의 매출이 30% 정도 늘었다”고 전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최준호 인턴기자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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