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생애 최고의 샷은? 프로 50인이 뽑은 베스트&워스트샷

  • 입력 2009년 7월 27일 08시 37분


베스트샷 : 박세리- US오픈 맨발샷 “아직도 생생” 김종덕-10야드 어프로치 홀인 ‘감격승’

18홀을 끝내고 나면 아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2온에 성공하고 3퍼트로 보기를 했던 1번홀과 벙커에 빠져서 허우적대던 13번홀… 이처럼 골프란 항상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인생의 절반을 골프와 함께하는 프로골퍼들이 내 생애 최고의 샷과 최악의 샷을 공개했다. 지금의 성공을 이끌었던 그때 그 순간과 아쉬웠던 그날의 기억을 더듬어 ‘베스트&워스트’를 선정했다.

○‘맨발의 샷’ 잊을 수 없죠!

“US오픈 연장전에서 날린 맨발의 샷은 영원히 잊을 수 없죠!”

‘골프여왕’ 박세리(32)가 1998년 US여자오픈 연장에서 친 수중샷을 ‘내 생애 최고의 샷’으로 선정했다. 골프전문지 월간 더골프는 창간 4주년을 기념해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프로골퍼 50명을 대상으로 ‘내 생애 베스트&워스트 샷’을 뽑았다.

박세리는 “1998년 US여자오픈 연장전에서 드라이버 샷이 페어웨이 왼쪽 연못 근처에 떨어졌다. 물과 볼의 거리가 50cm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드롭하려고 했다. 그런데 상대 추아시리폰의 샷이 그린에 올라간 것을 보고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 ‘수중 샷’을 시도했는데, 이때 판단이 우승과 연결됐다”고 베스트 샷을 되새겼다.

국내 프로골프투어 현역 최고령 우승자 최상호(54·카스코)는 2005년 매경오픈 우승 때 18번홀에서의 퍼트를 베스트 샷으로 꼽았다.  최상호는 “1∼2타차 승부였기에 마지막 1.5m 퍼트를 넣기까지 우승을 확신할 수 없었다. 이 퍼트를 성공시켜 9년 만에 우승을 추가하게 됐다. 최고령, 최다승 기록을 함께 갈아 치운 의미 있는 퍼트였다”고 회상했다.

김종덕(48)은 1997년 일본 투어 기린오픈 4라운드 18번홀 세번째 샷을 잊을 수 없다고 답했다. “일본에 진출해 지금까지 활동을 하게 만든 샷이다. 10야드 어프로치 샷이 그대로 홀로 들어가 버디가 되면서 1타차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 투어에서 기록한 첫 번째 우승이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숱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신지애(21·미래에셋)에게도 특별한 샷을 따로 있었다. “지난해 브리티시여자오픈 3라운드 13번홀에서의 버디 퍼트를 잊을 수 없다. 핀까지 13m나 떨어진 먼 거리였는데 내리막 경사를 타고 볼이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때 2위였던 후도 유리가 2m 버디 기회를 놓치는 걸 보고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쿼드러플보기가 뭐죠?

“내 생전 쿼드러플보기라는 말은 US오픈에서 처음 들어봤다.” 최고의 샷이 있으면, 최악의 샷도 있기 마련이다.

US여자오픈에서 명장면을 연출했던 박세리는 2년 뒤, 같은 대회에서 최악의 샷으로 망신을 당했다.

“2000년 US여자오픈에서의 일이다. 1라운드 3번홀에서 쿼드러플보기를 쳤다. 사실 이런 용어가 있는 줄 처음 알게 된 날이다. 파5홀이었는데 티샷이 바람을 타고 페어웨이 오른쪽 러프에 빠졌고, 두 번째 샷은 빗맞아 왼쪽 러프로 빠졌다. 세 번째 샷 역시 러프에 떨어져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빠졌다. 네 번째 샷은 연못에 빠져 1벌타를 먹고 드롭 했고, 여섯 번째 샷을 시도했지만 뒤땅을 치는 바람에 40야드 밖에 날리지 못했다. 일곱 번째 샷으로 겨우 그린에 올렸고, 2.5m 지점에서 친 파 퍼트마저 빗나가면서 결국 쿼드러플보기를 기록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신지애는 4퍼트로 더블보기를 기록하는 쓴 경험을 했다. “올해 하와이에서 열린 SBS오픈 2라운드 4번홀에서 퍼트를 4번이나 했다. 홀까지 25m 거리였는데 첫 퍼트가 길어 8m나 지나가면서 결국 4퍼트로 홀아웃했다. 이 홀 때문에 본격적으로 미 LPGA 투어에 나선 첫 번째 무대에서 예선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고 곱씹었다.

‘퍼트게임의 귀재’라던 최상호는 짧은 퍼트 실수로 4년 만의 우승 기회를 날렸다. 지난 4월 열린 토마토저축은행오픈 최종 4라운드 18번홀에서 1m 파 퍼트를 놓쳐 연장에 돌입할 수 있던 기회를 날렸다. “젊은 후배들과 경쟁한 게 어디인가. 그날 17번과 18번홀에서 연속으로 3퍼트를 해서 어이없게 우승을 날렸는데 이제 ‘퍼트의 귀재’라는 별명을 내놓아야 할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승부욕이 강하기로 소문난 유소연(19·하이마트)은 지난해 한국여자오픈 3라운드 17번홀에서 파 퍼트를 놓친 게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때 파 퍼트를 성공했더라면 두 번째 우승을 하고 신인왕 경쟁에서도 유리한 올라설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아쉬웠다. 그 기억이 5개월은 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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