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안치홍, 왕별로 떴다

  • 입력 2009년 7월 27일 08시 27분


7월 25일 광주구장. 3회말 웨스턴리그 9번타자 안치홍(19)이 첫 타석에 섰다. 1만2000명 관중은 큰 박수와 함께 함성을 질렀다. 프로야구 27년 역사상 처음으로 고졸신인이 올스타 베스트10에 뽑혀 첫 타석에 들어선데 따른 환호였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안치홍은 올스타 역대 최연소 홈런, 최연소 MVP이자 신인 첫 MVP까지 오래도록 기억될 기록을 다시 썼다. 5회 2번째 타석, 고효준의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자 안치홍은 놓치지 않고 배트를 휘둘렀고 힘껏 날아간 타구는 좌중간 펜스를 넘겼다. 설마하며 숨죽였던 관중은 열광했고, 안치홍은 오른 손을 번쩍 들었다. 안치홍의 한방으로 기선을 제압한 웨스턴리그는 7-4로 승리했다.

○DNA가 다르다!

올스타전을 앞두고 안치홍은 “홈 광주에서 하는데다 같은 팀 형들, 선배님들과 함께 나가서 참 좋아요”라며 웃었다. 올스타전 직전에는 “평소보다 더 잘 잤어요”라며 똑같은 미소를 지었다. “막상 게임 시작하면 많이 떨릴까요?”라며 해맑게 되묻는 모습에서 긴장감은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고교 3학년 때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을 견인한 안치홍은 리틀야구 때부터 큰 경기에 강했다.

올스타전 직후에도 “매일 하는 야구이기 때문에 떨리거나 긴장되지는 않았다”고 담담히 말했다. 올스타전 타석에 들어설 때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각오도 남다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볼넷은 없다.’ 첫 출전한 올스타전. 안타에 대한 욕심이나 삼진, 병살에 대한 두려움이 먼저일 것 같았지만 안치홍은 “형들이 올스타전에서 볼넷 고르는 것처럼 바보 같은 행동이 없다고, 걸어 나가면 내일 혼날 줄 알라고 해서 볼이 들어와도 휘둘렀어요”라고 말했다.

○순진한 열아홉 올스타

올스타 MVP에 뽑히며 안치홍은 승용차를 부상으로 받았다.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KIA에 입단, 훈련에 참여했기 때문에 운전면허를 취득할 시간이나 있었을까? 안치홍은 “그럼요. 운전면허 따놨어요. 타고 다녀야죠”라며 신나했다.

하이브리드 승용차로 고가(2500만원 상당)라는 설명을 듣고는 “그래요?”라고 반문한 뒤 “그렇게 비싼지 몰랐는데…. 그래도 한번 몰아는 봐야죠”라며 수줍게 웃었다. 그라운드에서는 강심장이지만 아직 순수한 매력을 잃지 않은 건실한 열아홉 그대로다.

○KIA의 레전드가 되고 싶다

안치홍은 이날 팀 선배 이종범과 MVP를 놓고 접전을 벌였다. 이종범은 팀 최고참, 안치홍은 막내, 20년 차이가 나는 ‘꿈나무’와 ‘살아있는 전설’ 사이에서 고심하던 기자단은 36-27로 안치홍의 손을 들었다.

광주 팬들은 이종범에게 따뜻한 박수로 고마움을, 안치홍에게는 큰 함성으로 앞으로 활약에 대한 큰 기대를 전했다. 경기 전 김봉연 선동열 한대화 서정환 등 왕년의 타이거즈 멤버들을 만났던 안치홍은 “저도 꼭 20-30년 후에 그 선배님들처럼 다시 광주에서 올스타전을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광주|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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