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트리플’ 안방 착지 실패

  • 입력 2009년 7월 27일 07시 50분


남매 사랑 등 캐릭터 공감 못얻어 ‘피겨’‘광고’‘사랑’ 소재 전개 산만… 종영 앞두고 시청률 한자리 맴맴

드라마는 TV 프로그램 중 사람들에게 친숙한 장르지만 그 성공 여부는 판단하기 가장 어렵다고 방송 전문가들은 말한다.

장르, 소재, 캐릭터 등 여러 요소가 잘 어울려야 성공할 수 있지만, 그 중 중요한 건 얼마나 시청자의 공감을 얻느냐이다. 보는 이의 ‘공감’은 성공의 열쇠이고 이에 더해 ‘소통’은 그 작품이 오래 기억되는 길이다.

MBC 수목드라마 ‘트리플’(극본 이정아·연출 이윤정)이 30일 막을 내린다. 아직 2회 분을 남아 있어 마지막 시청률까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트리플’은 시작한 이래 줄곧 4∼5%%라는 저조한 시청률에 머물렀다. 방송가는 물론 많은 ‘커프’(‘커피 프린스 1호점’)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트리플’의 이런 부진은 왜 일까.

○시청자의 감정 선과 한 발짝 떨어진 캐릭터

‘트리플’의 이윤정 PD는 전작인 ‘커피프린스 1호점’을 통해 대중적 인기와 함께 깔끔한 연출로 완성도에서도 호평을 얻으며 스타PD로 떠올랐다.

감각적인 화면과 신선한 인물 관계는 특히 20∼30대 젊은 시청자를 팬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트리플’은 전적으로 얻은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며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시청자들이 이렇게 실망한 데는 먼저 공감하기 어려운 캐릭터의 문제가 크다.

‘태릉선수촌’, ‘커피프린스 1호점’ 등 이윤정 PD 드라마 속 인물들이 사랑받은 이유는 세련되고 담백한 캐릭터 때문이다. ‘트렌디’, ‘쿨’이란 단어로 표현되는 ‘이윤정표 캐릭터’들은 20∼30대 시청자들에게 ‘워너비’로서 각광받았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한결(공유), 유주(채정안)가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트리플’의 인물들은 시청자의 감정과 늘 한 발짝 떨어져 있다. 친구의 아내에게 저돌적으로 애정을 쏟는 현태(윤계상),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한 때 가족이던 오빠를 사랑하는 하루(민효린), 그녀에게 흔들리는 활(이정재) 등의 심정을 공감하기에는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이 토막토막 끊어져 개연성이 부족했다.

‘트리플’ 시청자 게시판에서 가장 활발하게 오가는 의견도 바로 캐릭터에 대한 ‘공감’ 여부다. “마음이 가는대로만 사랑하는 게 반드시 쿨한 건 아니다”는 의견부터 “남매의 사랑은 영화 ‘비오는 날의 수채화’부터 ‘느낌’, ‘가을 동화’로 이어진 진부한 소재인데 굳이 또 차용할 필요가 있었나”라는 회의론까지 등장했다.

○‘피겨’ ‘광고’ ‘사랑’ 한 데 섞여 산만한 이야기

이윤정 PD는 ‘트리플’ 방영을 앞두고 “피겨만 다룬 스포츠 드라마는 아니다”고 여러 차례 밝히며 “광고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획 의도와 달리 피겨, 광고 그리고 사랑에 이르기까지 여러 소재가 한데 섞이면서 이야기가 산만하게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활, 현태, 해윤(이선균)이 만든 서로 다른 사랑은 오히려 시청자의 집중도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았다. ‘커피프린스 1호점’이 한결과 은찬(윤은혜)의 사랑에 포커스를 맞춘 것과는 반대다.

물론 ‘트리플’이 거둔 성과도 있다. 이윤정 PD는 여전히 감각적인 화면과 세트를 완성하는 데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저조한 시청률과 달리 드라마의 배경이 된 합정동 일대 촬영지는 ‘명소’가 됐다.

이해리 기자 golf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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