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자 전원 무급휴직 요구 수용 어려워”

  • 입력 2009년 7월 27일 02시 57분


26일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주변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경찰들이 교대하고 있다. 전날 쌍용차 노사교섭이 사측의 불참으로 결렬된 이후 민주노총을 주축으로 한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했지만 이날은 공장에서 경찰과 노조 간 대치만 있었을 뿐 별다른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평택=김재명 기자
26일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주변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경찰들이 교대하고 있다. 전날 쌍용차 노사교섭이 사측의 불참으로 결렬된 이후 민주노총을 주축으로 한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했지만 이날은 공장에서 경찰과 노조 간 대치만 있었을 뿐 별다른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평택=김재명 기자
■ 사측 교섭불참 왜?

쌍용자동차 사측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25일 노사 교섭에 불참한 것은 노조가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는 교섭은 무의미하다는 판단과 함께 이런 상황에서의 교섭 재개는 불법 점거농성 중인 조합원들의 결속력만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회사 측은 26일 교섭 재개를 위한 회사의 공식입장 자료를 내고 “노조의 안은 단 한 명의 정리해고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며 “노사정 간담회를 이용해 대화를 하려는 게 아니라 공권력 투입 시기를 늦추고 사태를 더욱 장기화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노조가 ‘총고용 보장’ 요구를 바꾸지 않는 한 협상에 큰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회사 측은 24일 노사정 간담회에서 노조가 제시한 ‘해고자 전원 무급순환휴직’이 기존의 총고용 보장 요구와 본질적으로 똑같은 주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박영태 법정관리인도 이달 초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조와 얼굴만 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노조에 ‘어떤 조건에서건 만날 수 있지만 당신들이 생각하는 대안을 가져와야 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회사 측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데도 회사가 협상에 나서면 노조 지도부는 이탈을 고려하는 조합원들에게 ‘우리가 버텼더니 회사가 결국은 협상 테이블로 오지 않느냐.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고 설득하려 들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700명가량의 잉여인력이 있는 상태에서 정리해고자 900여 명을 모두 무급휴직으로 돌리라는 안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희망퇴직을 하고 나간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부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쌍용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경영정상화를 위해 2646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1600여 명을 희망퇴직 처리했고, 970여 명은 정리 해고했다. 만약 노조의 요구대로 970여 명을 무급순환휴직 처리하면 구조조정을 받아들인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고 끝까지 버틴 강성 조합원은 남는 셈이 된다.

이번 사태가 수습되더라도 노조에 ‘회사와 갈등이 생기면 끝까지 강경하게 버티면 된다’는 잘못된 학습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이날 공식입장 자료에서 “노조가 쌍용차 회생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대화를 요청한다면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다음 협상 시기와 장소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다음 협상이 언제가 될지는 우리도 모른다”며 “열쇠는 노조가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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