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어크 40세 흑인시장 리더십

  • 입력 2009년 7월 27일 02시 57분


2006년 코리 부커 시장이 부임한 뒤 미국에서 가장 범죄율이 높은 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있는 뉴저지 주 뉴어크 시 도심. 뉴어크 시는 부커 시장이 펼치는 ‘범죄와의 전쟁’, 낡은 도심 재개발사업, 투자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 등에 힘입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뉴어크=신치영 특파원
2006년 코리 부커 시장이 부임한 뒤 미국에서 가장 범죄율이 높은 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있는 뉴저지 주 뉴어크 시 도심. 뉴어크 시는 부커 시장이 펼치는 ‘범죄와의 전쟁’, 낡은 도심 재개발사업, 투자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 등에 힘입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뉴어크=신치영 특파원
‘제2의 오바마’라 불리는 미국 뉴저지 주 뉴어크 시의 코리 부커 시장. 뉴어크=신치영 특파원
‘제2의 오바마’라 불리는 미국 뉴저지 주 뉴어크 시의 코리 부커 시장. 뉴어크=신치영 특파원
‘범죄 도시’를 ‘살고 싶은 곳’으로

마약 등 조폭 활개 치던 곳

2006년 부커 시장 부임뒤

경찰력 늘리고 직접 순찰

살인-강도 줄고 기업들 U턴

《23일(현지 시간) 오전 뉴욕 맨해튼에서 20여 분 떨어진 뉴저지 주 뉴어크 시. 도심의 한 낡은 건물의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 5층 건물은 1912년에 세워진 보석공장으로 그동안 낡고 더러운 도심의 흉물로 방치돼 있었다. 그러다 한 건축업자가 이 건물을 390만 달러에 사들인 뒤 지난해부터 1300만 달러의 공사비를 들여 주거용 아파트로 바꾸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건축업자인 마이클 설츠먼 사장이 이 공사를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뉴어크 시당국이 건물 매매를 주선하고 공사대금을 싼 이자로 대출받도록 알선해 줬기 때문이다. 설츠먼 씨는 “뉴저지의 여러 도시에서 주택 건축 사업을 하려고 알아봤는데 뉴어크처럼 여러 혜택을 주며 협조하는 도시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뉴어크에는 이처럼 낡은 건물을 다른 용도로 바꾸거나 고층 빌딩을 새로 올리는 공사가 도심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뉴어크 시민들은 이를 두고 코리 부커 시장(40)이 추진하는 ‘도시 재개조 프로젝트’라고 말한다.

○ 시장의 리더십이 바꾼 도시

맨해튼에 인접한 뉴어크 시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뉴어크항이 위치해 있고 도심 인근에 국제공항이 있는 데다 6개의 고속도로가 관통하는 교통 요충지다. 미 동부로 들고나는 수출입 물량이 집중되는 유통 중심이며 제조업도 크게 발달했다.

하지만 뉴어크는 이런 유리한 입지인데도 사람들이 살기를 꺼리는 도시였다. 범죄와 열악한 생활환경 때문이었다. 흑인과 히스패닉이 인구의 60%가 넘는 뉴어크는 마약거래와 매춘을 일삼는 조직폭력단들이 활개를 쳐 ‘미국의 살기 좋은 도시’ 조사에서 항상 최하위권을 차지할 정도였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면서 한때 40만 명이 넘었던 인구는 2000년 인구조사 때 27만 명으로 줄었다.

이런 이미지는 2006년 7월 부커 시장이 취임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민주당 소속의 젊은 흑인 부커 시장은 도심 곳곳에 경찰서를 세우고 경찰력을 늘리고 직접 0시부터 새벽까지 순찰을 도는 등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불법 총기류 소지자를 신고하는 사람들에게는 1000달러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교회 학교 등 지역 지도자들을 찾아다니며 범죄를 줄이는 데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2008년 살인 범죄가 65건으로 전년보다 30% 감소했다. 부커 시장 취임 이후 총기 사건은 41% 줄었고 강간 사건은 30% 줄었다. 올 들어서는 1959년 이후 가장 낮은 범죄율을 나타내고 있다. 부커 시장은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과 도심 재개발을 통한 투자 유치 및 일자리 창출, 교육개혁에도 주력했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투자기업들에 과감한 세제 감면 혜택을 줬다. 스탠퍼드대와 예일 법대를 졸업한 부커 시장은 언변을 갖춘 ‘행동하는 정치인’으로 뉴저지에서 ‘제2의 오바마’로 불린다.

○ 인구 유입 늘고 기업 투자도 늘어

뉴어크 시 이미지 변신의 노력은 인구유입과 기업투자 증가로 이어졌다. 2005년까지 줄곧 줄던 인구는 2006년부터 매년 1만여 명이 늘기 시작했다. 범죄가 줄고 생활환경이 좋아지면서 사람들이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존의 자회사인 e북 등 온라인 음성자료 전문기업인 오더블닷컴은 2007년 초 뉴어크로 본사를 옮겼다. 도심 재개발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부동산 기업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영국계 스탠더드차터드은행이 작년 8월 맨해튼에 있던 뉴욕사무소를 뉴어크로 옮겨와 5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기도 했다.

뉴어크항의 화물을 처리하는 포트로지스틱스그룹의 제프 월포프 이사는 “전임 시장은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면담 신청을 해도 보기가 어려웠다”며 “부커 시장은 찾아가기 전에 회사로 먼저 찾아오는 등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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