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망치들고 폐교를 공연메카로 ‘뚝딱’

  • 입력 2009년 7월 27일 02시 57분


김경수 연극촌 기술총감독

밀양여름공연축제의 산파인 밀양연극촌이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1999년 경남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 월산초등학교 1만6529m²(5000평)의 폐교에 터를 잡은 밀양연극촌은 이제 이윤택 예술감독이 이끄는 연희단거리패의 심장일 뿐 아니라 한국 연극계에 산소를 공급하는 허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밀양연극촌은 동아연극상 특별상을 수상했고 밀양여름공연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 공연축제로 선정됐다.

밀양연극촌의 소프트웨어를 이 예술감독이 맡았다면 하드웨어는 김경수 기술총감독(51·사진)이 책임지고 있다. 밀양 출신인 그는 밀양연극촌의 맥가이버이자 짱가다. 조명감독 출신의 무대감독으로 목수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는 직접 망치 등을 들고 교실 나무 바닥에 온돌도 깔고 샤워장도 설치해 버려진 폐교를 사람 살 만한 곳으로 바꿨다. 밀양연극촌 내 5개 공연장과 화이트하우스 등 숙소도 그의 진두지휘 아래 지어졌다.

“2003년 태풍 매미가 불어닥쳤을 때가 가장 생각나요. 야외극장인 ‘숲의 극장’을 밤새 지키다 나와 보니 게릴라 천막극장이 완전히 무너져 있더라고요. 낙심천만이었는데 경남도에서 수해복구비로 4억 원을 지원해줬어요. 그 돈으로 실내공연장인 ‘우리동네 극장’을 뚝딱 지었죠.”

김 감독은 밀양연극촌의 중심이었던 1층짜리 학교 건물을 허물고 초승달 형태의 2층 건물로 신축하면서 그 외벽을 무대로 삼는 야외공연장 구상에 들떠 있다. 무대세트를 짓다가 극장을 짓고 아예 마을까지 짓게 된 그는 “그게 다 연극의 힘”이라며 웃었다.

밀양=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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