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頂上을 향한 질주’와 ‘면담만으로 大入’의 차이

  • 입력 2009년 7월 27일 02시 57분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미국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인 ‘정상(頂上)을 향한 질주’를 발표했다. 그는 “지식이 가장 가치 있는 상품인 시대를 맞아 최고의 직업은 최고의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 주어질 것”이라며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지 못하면 미국은 21세기에 성공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 프로젝트는 자율형 공립학교(차터스쿨)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학력 향상의 정도에 따라 교사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투입 예산은 43억5000만 달러(약 5조4000억 원)에 이른다.

같은 날 이명박 대통령은 충북 괴산고를 방문해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면 논술도 시험도 없이 면담만으로 대학에 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 학생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다고 하지만 ‘공부를 덜 해도 된다’는 의미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실제로 면담만으로 대학에 갈 수 있는 세상이 있다면 잘못된 세상이다. 면담의 변별력을 믿을 수도 없다. 어렵게 공부하는 대신, 면담의 요행수를 바라는 학생들이 양산된다면 나라와 개인들의 장래가 어두워진다.

현실적으로도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는 인원은 2만700명으로 4년제 대학 입학정원 35만 명의 6%에 불과하다. 입학사정관제의 급격한 확대는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두 대통령의 엇갈린 발언은 두 나라 교육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회를 찾는 데 교육이 가장 좋은 길’이라며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어떻게 해서든 학력을 끌어올려 과학자 기술자 의사 대법관 등 큰 꿈에 도전하라’고 주문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이름을 ‘정상을 향한 질주’라고 붙인 것에서 그 뜻이 잘 드러난다.

반면에 우리 정부는 ‘서민을 위한 정책’을 내세운 뒤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 매달리면서 교육에서 경쟁과 자율의 원칙을 후퇴시키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어느 나라 대통령도 공부를 더 하라고 말하지, 과외를 하지 말라고 하진 않는다”고 지적한 발언도 교육정책이 잘못 가고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공부를 하건 말건 누구나 대학 가게 해주겠다는 발상으로는 서민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처럼 “가난할수록 부유층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하고 공교육의 체질을 바꿔 주는 게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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