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99>子張이 問政호대, 子曰, 居之無倦하며…

  • 입력 2009년 7월 27일 02시 57분


정치는 옛날에도 쉬운 일이 아니었나 보다. ‘논어’ ‘顔淵(안연)’편의 이 章에서 子張은 정치하는 자세에 대해 물었다. 공자는 지위에 있으면서 게을리 하지 말고 정무를 볼 때 충심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뒤의 충심을 지녀야 한다는 말은 쉽게 이해되지만, 앞의 게을러서는 안 된다는 말은 조금 의아하다. 그런데 ‘논어’ ‘子路(자로)’편에 보면 공자는 자로의 질문에 대해서도, 백성들보다 먼저 수고하고 ‘게을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조선시대의 많은 정치가가 이유야 어떻든 걸핏하면 정치에 싫증을 내고 산수자연 속으로 돌아가려고 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공자의 말이 無根(무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子張은 공자보다 48세나 젊은 사람이다. 젊기 때문인지 태도는 堂堂(당당)했지만 속은 그다지 여물지 않았다. 정치에 대해서도 意慾(의욕)은 강하지만 熱意(열의)가 조금 부족했던 듯하다. 問政은 정치에 대해 묻는다는 말이다. 子曰 이하는 공자의 말이다. 居之는 ‘지위에 있으면서’, 혹은 ‘정치를 마음에 두어서’라고 풀이한다. 無倦은 倦怠(권태)를 느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니, 곧 열의를 다해 始終如一(시종여일)하라는 뜻이다. 行之以忠은 정치를 행하기를 忠의 태도로 하라는 뜻이다. 忠은 주자(주희)에 따르면 안과 밖이 하나인 表裏如一(표리여일)의 태도를 말한다.

북송의 程이(정이)는, 子張이 조금 어질지 못하고 백성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했기 때문에 정치에 마음을 다하지 않을 우려가 있으리라 추측했다. 그 지적은 子張만이 아니라 子路에게도 해당할 것이다. 또 그 말은 오늘날 정치와 행정을 맡은 사람들에게도 질책이 될 수 있다. 정치가와 행정가들이여, 부디 열의를 가져 주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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