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실적’ 한국 CEO들, 공격도 방어도 빛났다

  • 입력 2009년 7월 27일 02시 57분


삼성전자 ‘이윤우-최지성 투톱’ 스피드 경영 합격점

LG전자 남용-화학 김반석, 비용↓ 생산성↑ 큰 효과

현대차 정몽구, 공세적 경영… 시장 점유율 크게 높여

올해 1월 삼성전자가 이윤우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이 각각 부품(DS)부문과 완제품(DMC)부문을 총괄하는 ‘투 톱 체제’를 전격 도입했을 때만 해도 시장에선 위기 탈출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많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이건희 전 회장이 퇴진한 이후 ‘인적 공백’의 혼란을 겪고 있었다. 마침 불어온 글로벌 경제위기로 삼성전자는 창사 이후 가장 불안한 경영 환경에 놓이게 됐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투 톱’이 이런 악화된 여건을 어느 정도 극복할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2개 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깜작 실적)’를 발표하면서 시장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부문별 독립경영체제와 이를 책임지는 두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새로운 평가도 이어졌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대표 기업의 예상 밖 실적이 이어지면서 이 회사들을 이끄는 CEO들의 위기관리와 리더십이 재조명받고 있다.

○ ‘스타 CEO’가 실적 개선 이끈 삼성과 LG

삼성전자는 2분기에 TV와 휴대전화에서 각각 1조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는 흑자 전환해 글로벌 불황 이전의 실적을 가장 먼저 회복한 기업이 됐다. 이번 실적은 삼성그룹이 전략기획실을 해체하면서 도입한 삼성전자 및 계열사의 독립경영체제가 일단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과 최 사장 등 삼성전자의 두 CEO는 ‘스피드’와 ‘효율’을 강조하며 사업장이 있는 경기 수원에 상주하는 현장 경영을 펼쳤다. 또 제품 개발에서는 ‘창조의 삼성’이 돼 달라며 새로운 제품 출시를 독려했다. 삼성전자는 발빠른 대응으로 불황기 휴대전화, TV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늘렸고, 프리미엄 시장을 선도하는 발광다이오드(LED) TV를 가장 먼저 내놓는 성과를 올렸다.

삼성그룹에서 삼성전자의 부문별 투 톱이 활약했다면 LG그룹에서는 남용 LG전자 부회장과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스리 톱’의 ‘3색 리더십’이 빛났다. 남 부회장은 인위적 감원을 하지 않는 대신 3조 원의 비용절감 프로젝트를 추진해 영업이익을 극대화했다. 인위적 감원이 없었던 것은 “불황에 사람 자르지 말라”는 구본무 회장의 뜻이기도 하다. 남 부회장은 또 현업의 20%가량을 신규 사업 및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재배치’를 통해 단기간에 생산성을 극대화했다.

김 부회장은 특유의 ‘스피드 경영’으로 직원들을 독려했다. 그는 “속도가 두 배면 성과는 네 배로 증가하지만 속도가 2분의 1로 줄어들면 성과는 4분의 1로 감소한다”는 독특한 경영 철학을 내세우며 직원들의 보고를 간소화하고 신속하게 사업 규모를 키워갔다. 이를 통해 LG화학은 사상 최대 영업이익 6603억 원을 올렸다.

권 사장은 3월 6세대 생산라인 증설, 4월 8세대 생산라인 신규 가동 등 남보다 한발 앞선 투자로 생산 시설을 선점했고 이를 통해 2분기 매출 4조8905억 원과 영업이익 2176억 원을 달성했다.

○ 통찰력과 적극성으로 세계시장 공략한 현대차

상반기 사상 최초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5%를 돌파한 현대자동차는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이 임직원에게 주문한 자동차 판매 확대 방안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실직했을 때 차를 되사주는 내용의 파격적인 프로그램을 펼쳤다. 이 프로그램으로 현대차는 지난해 상반기 3.1%였던 미국 시장점유율을 올해 1∼6월 4.3%까지 끌어올렸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는 세계시장에서 150만2015대를 팔아 세계시장 점유율이 5.02%로 상승했다.

한편 한화그룹도 김승연 회장의 주도로 지난해 경제위기 상황에서 사업구조와 조직구조, 수익구조, 기업문화의 혁신을 내용으로 한 ‘그레이트 챌린지 2011’을 경영 전략으로 채택했다. 이를 통해 상반기에 계획보다 많은 매출과 수익을 올렸고, 최근 하반기 투자 계획을 당초보다 12% 늘려 발표하기도 했다. 신세계 역시 구학서 부회장 주도로 세계 최대 규모 백화점인 부산 센텀시티점을 개장하는 등 투자 규모를 늘린 효과를 보고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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