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슈퍼가 우리 동네서 급성장한 이유는

  • 입력 2009년 7월 27일 02시 57분


‘근거리쇼핑-소량구매’를 낚아챘다

대기업 슈퍼마켓(SSM·Super Supermarket)이 최근 지역 중소상인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홈플러스가 지역 상인들의 반발로 인천 옥련점 개장을 연기했지만 롯데슈퍼는 24일 서울 염창점과 신정점을 새로 열었다. 이마트도 이달 들어 대방점(8일), 가락점과 봉천점(15일), 서초점과 발산점(22일) 등 다섯 곳을 새로 냈다. 대형 유통회사들은 자칫 사회적 책임경영과 배치될 수 있는 SSM에 왜 이토록 집착하는 걸까. 롯데슈퍼의 눈부신 성장세에서 SSM을 향한 대기업들의 애정의 일면을 볼 수 있다.

○ 실적으로 말하는 롯데슈퍼의 성장

롯데쇼핑이 24일 발표한 올 2분기(4∼6월) 잠정실적에 따르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총매출액은 10.3%, 영업이익은 10.8% 늘었다. 주요 사업부문별 매출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백화점 7.2% △대형마트 7.9% △롯데슈퍼 34.7%였다. 특히 롯데슈퍼의 영업이익 신장률은 86.8%에 달했다. 롯데슈퍼가 롯데쇼핑의 실적에 ‘효자 노릇’을 한 셈이다.

2001년 설립된 롯데슈퍼는 2007년 2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선 후 활발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05년 말까지 45곳이던 점포는 26일 현재 144곳으로 크게 늘었다. 올 6월엔 서울 신촌과 목동지역에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합친 성격의 ‘마켓 999’란 점포도 열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쇼핑 전체 영업이익 중 백화점의 비중이 줄곧 80%대를 넘다가 올 2분기에 처음으로 70%대(77%)로 줄었다”며 “롯데슈퍼의 영업이익 비중은 아직 3%대에 불과해 향후 롯데슈퍼가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슈퍼의 성공 비결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의 ‘마켓 999’ 신촌점은 아이스크림 3개를 990원(개당 330원)에 팔고 있다. 이 아이스크림은 대형마트(700원)나 동네 슈퍼(350원)보다 낮은 가격이다. 가격경쟁력 외에도 상품을 소용량 포장하고 영업시간도 오전 8시∼오후 11시로 긴 편이어서 싱글족과 맞벌이 부부가 쇼핑하기 편리하도록 했다.

롯데슈퍼가 동네 골목을 파고들며 급성장하는 데는 이 밖에도 여러 이유가 있다. 구매금액에 관계없이 고객이 원할 경우 무료로 배송해 준다. 맞벌이 부부가 주변에 많이 사는 롯데슈퍼 공덕점은 인터넷과 전화를 통한 배달 주문이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다. 또 롯데 계열사 포인트와 상품권을 롯데슈퍼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명절 직후 롯데슈퍼 계산대에선 롯데 상품권을 많이 볼 수 있다.

남옥진 한국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대형마트가 급성장할 때는 값싼 물건을 대량 구매하겠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의 쇼핑 트렌드는 근거리 쇼핑과 소량 구매”라며 “이 때문에 대형 유통회사들이 SSM에 몰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1조9000억 원대인 국내 SSM의 매출 규모가 앞으로 1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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