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수학 공부법 다시 보기<상>

  • 입력 2009년 7월 27일 02시 57분


수학의 기본, 먼저 교과서로 돌아가라!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과목, 사교육비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과목, 그러면서도 유독 성적이 잘 오르지 않는 과목이 바로 수학이다. 학생들이 수학을 싫어하는 것은 학교나 학원에서 단순 계산에 내몰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새롭게 도전해보고자 하는 학생, 학부모를 위해 수학 학습법을 2주에 걸쳐서 소개한다.》

○ 진정한 공부는 자문자답(自問自答)하는 것

철학자 플라톤은 “강요된 운동은 신체에 해가 없지만 강요된 학습은 정신에 해가 된다”고 말했다. 이는 지식이란 기계적으로 전수될 수 없으며, 학습은 학습자 자신의 욕구와 함께 시작된다는 뜻이다.

주자에 따르면 공부란 본래 ‘수신(修身)’, 즉 자신을 갈고 닦는 것이다. 자연, 세계, 자신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나와 타자와의 관계를 조화롭게 하고, 모든 만물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을 기르는 지극히 개인적인 수련의 과정이 공부라는 것이다.

맹자 역시 공부를 ‘구기방심(求其放心·흐트러진 마음을 모음)’이라 했다. 공부는 획일적인 내용을 다른 이에게 주입하는 것도, 누군가가 대신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닌 ‘스스로 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공자는 수천 명에 이르는 제자를 가르칠 때도 한 사람 한 사람을 개별적으로 지도하는 데 힘썼다. 그는 여러 제자가 같은 질문을 해도 질문자의 수준과 상태에 맞추어 다르게 대답했다.

요즘에는 학원을 찾아오는 학부모 가운데 “자녀가 스스로 공부를 잘 해내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왔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대부분이 “어디까지 진도를 나가고 왔다”고 말을 꺼낸다. 학원 역시 마찬가지다. “열과 혼을 다해 스스로 공부할 능력을 기르도록 돕겠다”고 약속하는 학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무슨 책으로, 언제까지 끝내겠다”고 호기롭게 답하는 학원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학생에게 마이너스다.

학생들은 책 속에서 기존의 학문적 체계, 법칙, 개념, 원리 등 ‘고정된 틀’과 대면하는 것으로 공부를 시작한다. 교사는 학생들 옆에서 올바른 공부 경로를 설계해주고, 학습을 도와준다. 교사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조력자 혹은 후원자일 뿐, 공부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공부해야지’라고 마음먹으면 그냥 학교나 학원에 간다. 학교 교사나 학원 강사는 새로운 지식에 대해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공부는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말하듯 문제풀이도 몸소 보여준다.

이런 경향은 학교보다 학원이 훨씬 더 심하다. 수업 전에 전날 숙제를 해왔는지 검사하고 수업을 하고 또 숙제를 낸다. 이 과정에서 자녀를 좀 더 자주 불러내 가르쳐주고, 좀 더 엄격하게 자녀의 숙제를 챙기는 학원에는 엄마들이 몰린다. 욕심 많고 적극적인 소수의 아이들은 잘 따라가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그저 맹목적으로 끌려 다니기 쉬운 형태다. 열심히 풀이의 기술을 외우고, 야단맞지 않기 위한 숙제를 기계적으로 해간다. 학부모 역시 공부의 참 재미는 차단한 채 그저 “공부해라” “숙제해라” 하는 말로 아이들을 학원과 공부방에 밀어 넣는다. 이것은 제대로 된 공부가 아니다. 이러한 패턴으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성취를 기대한다면, 그것은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다.

○ ‘책에게 길을 묻고, 스스로 회의(懷疑)하고, 벗에게 도움을 구한다’

언어, 문자, 기호, 숫자 등 상징도구로 인식을 확대해나가는 과정이 공부라면, 엄마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은 본격적인 공부의 시작이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엄마가 책을 읽어줄 수는 없다. 혼자서 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에게는 웬만하면 책을 읽어주지 말고 스스로 읽게 해야 한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이 곧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이 때는 자녀의 질문에 정성을 다해 답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소한 질문도 아이 눈높이에 맞춰 답하고, 질문이 없다면 적극적으로 대화를 걸어 느낌이나 생각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나면 자녀를 여러 사교육에 맡기게 된다. 사교육 업체의 교육은 발표, 실험 등 자녀들의 참여를 끌어내고 대화를 많이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영재, 특목중·고, 창의성, 사고력, 상위 몇 %’ 등의 말에 부모나 아이나 조바심을 느끼게 되면서 앞 다퉈 선행학습, 심화학습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다. 특히 부모가 자녀의 수준을 무시한 채 영재 교육에만 매진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자녀는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이 특히 싫어하고 어려워하는 수학 과목을 위주로 바른 공부법을 알아보자.

수학은 암기가 중시되는 여타의 ‘서술적 지식(Descriptive Knowledge)’과 달리 방법이 중요한 ‘절차적 지식(Procedure Knowledge)’이다. 개념, 원리의 수립 과정을 절차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과목, 혹은 개념과 원리가 중요한 과목이라는 뜻이다.

수학을 잘 하려면 책, 그중에서도 특히 교과서를 최고의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 수학 공부를 할 때는 교과서를 먼저 예습해야 한다. 새로운 단원은 선생님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배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전혀 배우지 않은 새로운 단원이라도 먼저 읽어보자. 스스로 먼저 읽고, 종이에 내용을 쓰다 보면 기존의 지식과 맞물리면서 이해되는 부분이 분명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혼자 공부를 시작할 때는 교과서처럼 상세하게 기술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고, 왜 그런 원리가 수립되는지, 어떻게 적용하면 될지를 스스로 알아차려야 한다. 이 과정을 계속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기고,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게 된다.

교사도 학생이 질문을 했을 때 섣불리 해답을 줘서는 안 된다. 질문자 스스로 생각해서 답을 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교사는 더 폭넓게 공부할 수 있는 경로를 안내하고, 공부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새로운 학습 재료를 제시하는 ‘후원자’가 되어야 한다.

‘내 아이는 스스로 해낼 능력이 없다’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어릴 때부터 잘못된 후원을 하다 보면 자녀는 생각할 여유가 없어지고 수학을 암기과목으로 여기게 된다. 오늘 단 한 문제라도 자신의 힘으로 풀었다면 내일은 두세 문제 이상 풀 능력이 생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혼자 힘으로 문제를 풀어야 수학실력이 단계적으로 차곡차곡 쌓인다. 이렇게 하면 수학을 잘 하고 좋아하게 된다. 수능 시험은 천재적인 수학 사고력을 원하지 않는다. 스스로 수학의 체계나 원리를 잘 이해하면 단 서너 줄에 풀리는 문제도 많다.

이처럼 기본적인 이치를 외면하는 사람이 많다. 뭔가 다른 공부의 비책이 있는 양 외쳐대는 공급자(학원)나, 오로지 경쟁에서 뒤처질까 조바심만 내는 소비자(학생, 학부모)나 모두 가치가 없는 일에 매달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행히 요즘에는 ‘자기주도 학습’이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 얄팍한 상혼(商魂)이 깃든 헛구호로 변질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이해웅 ㈜타임교육 하이스트 대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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