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맨 박지성은 ‘거친 남자’였다

  • 입력 2009년 7월 25일 08시 07분


‘산소탱크’ 박지성(28)이 처음으로 상암벌에서 태극마크가 아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 마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섰다.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춘 기성용과 적으로 만났다.

박지성은 후배들과의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며 ‘맨유’가 어떤 팀인지, 어떤 스타일의 축구를 하는지를 선보였다. 어시스트를 기록할 수 있는 좋은 패스를 연결했지만 폴 스콜스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아 팬들의 아쉬움은 더 컸다. 도움 하나가 그냥 날아가 버렸다.

박지성은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서울과의 경기에서 후반 28분 교체로 출전했다. 마이클 캐릭 대신 경기에 들어간 박지성은 자신의 자리인 오른쪽 측면에서 플레이했다. 출전하자마자 수비에 가담해 볼을 잡아낸 박지성은 정조국의 파울로 제대로 된 플레이를 선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몇 차례 가벼운 볼 터치로 슬슬 시동을 걸었다. 5분여가 흐른 뒤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후반 32분경 수비에 가담해 고요한과 강한 어깨싸움을 벌여 볼을 빼앗아 된 뒤 파울을 유도했다. 후반 34분에는 문전에서 서울 수비수 2명을 동시에 젖힌 뒤 페널티에어리어 정면에서 파울을 얻어내 프리킥 찬스를 만들어냈다.

이후에도 박지성은 좌우로 자리를 바꾸는 등 특유의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하며 서울의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대표팀에서 주장과 막내로 호흡을 이루어온 박지성과 기성용의 대결은 짧게 성사됐지만 둘이 맞붙는 장면은 보기 힘들었다. 박지성의 패스를 기성용이 한차례 가로챘을 뿐이다.

기성용은 박지성이 나서기에 3분 앞서 모습을 드러냈지만 최근 많은 경기를 뛰어 체력적으로 힘든 탓인지 2년 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기성용은 후반 27분 프리킥을 직접 슛으로 연결했지만 맨유 골키퍼 에드윈 판 데르사르에 막혀 골로 연결하진 못했다. 후반 45분경 강력한 중거리슛을 시도했지만 판 데르사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한편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경기 후반 11분께 박지성을 연호하며 출전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서울 서포터스쪽에서는 기성용을 외치며 두 선수의 맞대결 성사를 기원하기도 했다.

○박지성 코멘트=서울월드컵경기장에 이렇게 많은 팬들이 찬 것은 오랜만인 것 같다. 팬들도 세계적인 선수들의 모습을 즐겁게 봤을 거라 생각하고 나 역시도 기분 좋다. 스타팅으로 뛸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발 제외된 것에는 별 다른 느낌이 없었다. 아직도 많은 팬들의 환호를 들으면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영광으로 생각하고 뿌듯하다. 맨유 동료들은 네가 한국의 왕이냐고 놀리기도 한다. 아직 몸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도 훈련을 해 왔기 때문에 오늘 생각 이상으로 좋은 상태에서 경기할 수 있었다. 앞으로 100%%를 만들 수 있을 거다.

상암|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사진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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