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 “음악적 소통의 길, 경계에서 찾았죠”

  • 입력 2009년 7월 25일 07시 44분


6집 통해 대중가수 정체성 찾기 시도… 나만의 음악 좇다 팬들과 괴리 감성 발라드 복귀 대중성 강화… 사운드 만큼은 여전히 실험적

최근 음악 팬들에게 공개된 가수 윤상의 6집 ‘그땐 몰랐던 일들’을 듣다보면 떠오르는 의문 하나.

‘그의 음악은 주류음악일까 비주류음악일까.’ 아니면 ‘상업적일까 비상업적일까.’ 멜로디는 충분히 대중적이지만 사운드는 국내에선 비주류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다.

“어려서부터 유복하지 않아 비상업적인 것의 슬픈 것도 알고, 가수로 데뷔하면서 상업적인 것도 충분히 맛봤다”는 그의 말처럼 윤상은 메이저와 마이너의 경계에서 절묘하게 새로운 구역을 형성하고 있다. 윤상 자신도 “상업적인 것과 비상업적인 것의 중간에 서고 싶다”고 했다.

윤상은 2003년 미국 유학을 떠나며 발표했던 5집 이후 6년 만의 정규 앨범 ‘그땐 몰랐던 일들’을 내놨다. 이 앨범은 어쩌면 ‘대중음악인으로서 윤상’이 그동안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했던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해답이다.

6집의 멜로디는 1-2집에서 보여줬던 감성으로 돌아갔다. 반면 사운드는 현악기와 피아노로 특징을 보이는 한국형 발라드의 상식을 깨는 ‘일렉트로닉 발라드’다. 신시사이저의 잘게 부서진 리듬은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전방위, 전천후의 음악을 하고 싶어요. 시도해 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요. 5집까지는 (여러 장르를)섞고 또 섞어서 대중과 좀 멀어진 게 아닌가도 생각했죠. 그래서 이번 6집엔 힘을 많이 뺐어요. 대중과 편한 관계가 되고 싶었어요.”

윤상은 2006년 버클리 음대에서 만난 ‘천재’들과 ‘모텟’이란 일렉트로니카 그룹을 결성했다. 모텟을 통해 그는 마음 속으로 하고 싶었던, 유학을 통해 배우고 익힌, 음악적 욕심을 쏟아냈다. 그래서 이번 6집은 ‘마음 편히’ 대중친화적인 앨범으로 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6집엔 나의 긴 유학 생활이 집대성되는 게 아닌가 많이 기대하는 것 같아요. 사실 모텟이나 ‘누들 로드’(다큐멘터리) OST로 인해 미국에서 어떤 것을 공부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음반마다) 내 음악적 욕심만 부리는 게 올바른 자세는 아닌 것 같아 6집엔 윤상의 초기 음악을 좋아했던 팬들이 반길 만한 ‘대중가수 윤상’에 부합되는 곡들을 넣었어요.”

타이틀곡은 히트곡 ‘이별 없던 세상’을 연상시키는 8비트곡 ‘그 눈 속에 내가’. ‘마이 시네마 파라다이스’와 ‘떠나자’ ‘입이 참 무거운 남자’ ‘소심한 물고기’ 등은 그루브한 사운드 속에 윤상의 향수가 느껴진다. 피아노 발라드 ‘영원 속에’와 윤상 스타일의 마이너 멜로디 ‘그때, 그래서, 넌’도 오랜만에 느끼는 그 특유의 감수성이 듬뿍 배어 있다.

윤상이 긴 공백을 가지는 동안 가요계는 아이들 가수들이 대세가 됐다. 그는 아이들 가수는 아니었지만, 한때 많은 여성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던 ‘오빠 윤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당시의 인기에 머물러 있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을 찾아 떠났다. 비주류로 밀려날 수 있다는 위험을 알면서도.

“저는 아이들 가수라 할 순 없었지만, 활동 모습은 비슷했다고 볼 수 있죠. 요즘 아이들 가수들이, 아이들이었다가 벗어나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요.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나이가 되면 주저 말고 공부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팬들이 떨어져나갈까 고민하기보다 꾸준히 공부하고 음악활동하면 좋겠어요.”

윤상은 앞으로 두 학기 더 공부하면 뉴욕대학원 뮤직 테크놀로지학과를 졸업한다. 그는 후배들에게 음악으로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존경받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윤상의 가치는 이미 올 초 발표됐던 ‘송북’으로 가치가 드러난 바 있지만 말이다.

“내가 좋아했던 선배들처럼, 자기 음악하는 사람으로 오랫동안 남고 싶어요.”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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