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자짜리 소통… ‘트위터 정치’ 여의도 상륙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7분


■ 여야 의원 3명, 팔로 7명과 직접 체험해보니

Good - “명확하고 솔직한 글쓰기 시민들과 대화문턱 낮춰”

Bad - “글자수 제한에 막혀 깊이있는 토론에는 한계”

“협상이 최선입니다. 나는 일관되게 끝까지 협상을 주장했습니다. 그래도 안 된다면 차선책이라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차기 국회의장은 좀 편하겠지요?!”(7월 21일 오후 8시 5분, 김형오 국회의장)

“허탈 분노 온몸의 에너지를 하나도 남김없이 다 쏟아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7월 22일 오후 11시 44분, 민주당 김유정 의원)

“오늘 국회는 태풍이 휩쓸고 지난 것 같이 고요합니다. 그러나 왜 이렇게 마음이 공허한지… 국회에 정신과 상담실이 필요(합니다).”(7월 23일 오후 1시 50분,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

“자신의 의견은 ‘절대선’이고 다른 의견은 ‘악’이라는 생각은 규칙과 법을 무시하는 오만이 됩니다. 정치가 소통과 통합의 도구가 되도록 정치권 모두 처절하게 반성해야 합니다.”(7월 24일 오후 1시 52분,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

22일 미디어관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전후해 국회의장과 여야 의원들이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미디어법을 둘러싼 긴박했던 분위기와 여야 의원들의 심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 트위터, 여의도 입성

여의도에 ‘트위터 바람’이 불고 있다. 트위터(twitter)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용해 대선에서 큰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로그의 인터페이스와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일촌맺기’, 메신저 기능을 합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위터에서는 ‘팔로(follow)’ 관계를 맺은 사람들끼리 140자 이내로 글을 자유롭게 올리고 볼 수 있다. 팔로는 상대방의 글을 볼 수 있는 자격으로 ‘싸이월드’의 1촌과 비슷한 개념. 특히 상대방의 허락 없이도 ‘팔로’를 맺을 수 있도록 해 접근의 벽을 낮췄다.

국회에서는 6월 김형오 국회의장을 시작으로 한나라당 강용석 조윤선 진수희, 민주당 김유정, 창조한국당 이용경,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등이 경쟁적으로 ‘트위터 정치’에 나서고 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23일 트위터로 공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여의도 정치의 새로운 메신저로 기대 받으며 순항 중인 ‘트위터 바람’의 정체를 여야 국회의원 3명과 이들의 트위터 홈페이지에서 팔로를 맺은 체험단 7명을 통해 살펴봤다.

○ “부담 없이 자유로운 글쓰기 가능해”

민주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유정 의원은 “쉽게 내 생각을 전달할 수 있어 순발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간단명료한 글을 올리며 국회 상황을 전하고 있다. 여야가 미디어법을 놓고 원내대표 간 협상이 한창이던 20일 오후에는 “본회의장 철야하고 하루 종일 회의에 브리핑에 쫓아다니려니 정신이 몽롱합니다. 지금 원내대표 회담이 진행 중이라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라고 남겼다.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은 “140자의 글만 쓸 수 있다 보니 특별한 준비가 필요 없어 부담 없이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KT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 의원은 “의원실 직원들을 불러 미트볼 스파게티와 멸치젓을 넣은 샐러드를 곁들여 금요일 저녁을 보냈습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려는데 일기를 예측하기 이렇게 힘들어서 어디…” 등 소소한 얘기를 자유롭게 남겼다. 그는 ‘경제인에서 정치인으로 바뀌며 필요한 덕목이 무엇이냐’는 팔로의 질문에 “어제의 적을 오늘의 동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치 체질”이라고 답했다.

체험단의 이종원 씨는 “사안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생각이 블로그의 정제된 글보다 간단명료하고 솔직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민경 씨는 “국회의원들이 대단한 특권에 빠져 편하게 사는 줄 알았는데 남기는 일정들을 보면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직업이 따로 없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주요 일정을 올리는 데 비해 우리 의원들은 주요 현안에 대한 심경이나 날씨 육아 휴식 등 다양한 개인 정보를 가감 없이 전달해 문턱을 크게 낮췄다”고 평가했다.

○ “깊이 있는 내용 전달 쉽지 않아”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은 “140자라는 글자수 제한 때문에 어떤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을 전달하기 어려워 비교적 가벼운 내용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간이나 공간적 제약이 뒤따르는 선거 때는 큰 위력을 발휘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체험단의 홍성영 씨는 “일대다(一對多) 채널이다 보니 ‘소통’이라기보다 의원들이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보미 씨는 “미국과 달리 트위터 글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달되는 서비스가 한국에서는 기종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움 주신 분들

강용석(www.twitter.com/mapo_kys) 김유정(www.twitter.com/KimYoojung) 이용경 의원(www.twitter.com/greatlistener)

김민경(27·유학생) 김보미(21·대학생) 김송이(23·대학생) 나하나(26·공연지 ‘플레이빌’ 기자) 이종원(30·회계사) 홍성영(29·교육연구원) 안병진 씨(42·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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