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으로 목젖 비춰보세요… 金일경 편도 많이 부었네요”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7분


국립경찰병원과 독도 간에 유텔스서비스가 본격화됐다. 의사 출신인 본보 이진한 기자(오른쪽)가 독도 경비대 소속 대원을 원격으로 진찰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국립경찰병원과 독도 간에 유텔스서비스가 본격화됐다. 의사 출신인 본보 이진한 기자(오른쪽)가 독도 경비대 소속 대원을 원격으로 진찰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본보 의학기자, 독도경비대 환자 원격진료

“감기가 언제 시작됐나요.”(경찰병원 원격진료실)

“이틀 됐는데 열은 없어졌는데 목이 아파요.”(독도 경비대 김재민 일경)

“입을 크게 벌린 상태에서 의료용 확대경을 목젖 쪽으로 대 보세요.…목젖 옆에 편도가 많이 부었네요. 이제 청진을 하겠습니다. 청진기를 가슴에 대 주세요.”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 국립경찰병원 응급실에 마련된 원격진료실. 기자는 전날 개통한 ‘독도 경비대 유헬스(u-Health) 서비스’를 체험해 보기 위해 ‘의사 자격’으로 이곳을 찾았다. ‘독도 경비대 유헬스 서비스’는 경찰병원 의료진이 독도에 있는 환자를 화상카메라로 원격 진찰하고 처방을 내리는 첨단 의료서비스다. 김 일경은 마침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첫 환자가 됐다. 경찰병원 원격진료실은 9.9m²(3평) 크기로 컴퓨터 1대, 카메라가 달린 모니터 1대, 각종 처방을 내릴 수 있는 모니터 1대 정도가 전부다. 장비는 진료를 받는 쪽인 독도 경비대 진료실에 훨씬 더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독도 경비대 강당에 만들어진 진료실에는 컴퓨터와 모니터, 혈압계, 전자 청진기, 심전도기기, 피부확대경, 혈당 측정기 등 원격진료에 필요한 장비가 설치돼 있다. 전체 시설비용은 약 6800만 원이 들었다.

최근 병원과 산간벽지 간의 원격진료가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다. 전국에서 원격진료를 시행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개인병원은 30여 곳에 이른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올 1월부터 3개 도서산간 취약지역(강원 강릉시, 경북 영양군, 충남 보령시) 주민을 대상으로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영택 국립경찰병원 의료정보팀장(외과)은 “독도는 의사와 간호사가 없는 무의촌 지역이라 과거 응급환자가 생기면 헬리콥터를 띄워야 했다”면서 “이제는 응급환자인지 아닌지를 원격진료를 통해 확인해 즉각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격진료를 하면 헬리콥터를 띄울 때 드는 비용(1회 700만 원 정도)도 절감할 수 있다.

원격진료에 참가해 보니 기술적으로 아쉬운 점도 눈에 띄었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초당 1MB(메가바이트)에 불과해서 화상 화질이 좋지 못했다. 전송 속도가 초당 10MB 이상은 돼야 좋은 화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잡음이 심해서 심장박동을 듣기가 힘들었다.

전문가들은 “원격진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원격지역에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이 있어야만 원격진료를 할 수 있다. 고 의료정보팀장은 “독도는 원격진료 시범사업 대상 지역이라 환자 옆에 의료진이 없어도 처방전을 낼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단지 의료자문에만 응할 수 있을 뿐”이라며 “원격진료를 좀 더 쉽게 시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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