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미디어법’ 2013년 또 수정?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7분


전면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 지상파 수십개 늘어날 수도
‘희소자원’ 규제 명분 약해져

22일 국회를 통과한 미디어관계법은 2013년 시작하는 지상파 TV의 디지털 시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상파의 아날로그 방송은 2012년 12월 31일 종료되고 2013년 1월 1일부터 디지털 고화질(HD) 방송으로 바뀐다. 지상파가 디지털로 바뀌면 현 아날로그 지상파 하나에 3, 4개의 디지털 주파수가 나오기 때문에 신규 지상파의 출현도 가능하다. 그 외에도 현 아날로그 지상파 대역에서도 별도의 지상파를 허용할 수 있는 주파수 여유가 생긴다. 이에 따라 디지털 시대가 되면 기술적으로 수십 개의 지상파 방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제4의 지상파’를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이야기다.

현 아날로그 지상파는 다채널방송서비스(MMS)를 통해 채널당 3, 4개로 나뉜다. MMS는 한 채널의 주파수를 쪼개 HD 방송 외에 표준화질(SD)이나 라디오 채널 등을 추가로 방송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KBS 1TV의 9번 채널이 9-1, 9-2, 9-3, 9-4 순으로 쪼개진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렇게 쪼개진 채널은 모두 HD 방송을 할 수 있다. 방통위는 올해 안에 MMS로 늘어나는 채널 중에서 기존 지상파가 일부를 사용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신규 사업자에게 경매 등을 통해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방송계에선 지상파 채널이 수십 개 생기는 상황에서 신규 지상파 사업자 선정이 잇따르면 실질적인 미디어 빅뱅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개정된 방송법에서 신문 대기업의 지상파 지분의 상한선을 10%로 규제한 것은 지상파 디지털 시대의 방송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주파수가 더는 희귀 자원이 아니라 보편적 자원이 됐다는 점에서 아날로그 시대 방송법의 근간이 송두리째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상파 소유 규제의 근거는 희귀 자원인 주파수를 활용하는 데 공공성과 공익성을 담보해야 하므로 진입 장벽을 만들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 지상파 주파수의 급증으로 이 같은 전파 자원의 희소성이 무의미해지고 소유 규제의 명분도 줄어든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소유 규제는 경쟁 활성화와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규 지상파가 기존 지상파와 경쟁하기 위해선 수천억 원의 자본금에 매년 수백억 원의 운영비를 마련해야 한다. 개정 방송법처럼 대기업 등의 지분을 10%로 묶어 놓으면 경영권을 담보할 수 없는 대기업이 굳이 수백억 원을 들이면서 방송 산업에 투자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안민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역량 있는 사업자가 들어가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신규 채널을 허가하는 의미가 있다”며 “2013년 지상파 다채널 시대에 맞게 법을 지금부터 다시 손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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