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등 한 학기에 몰아 이수 가능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7분


시간편성 학교자율권 확대… 국영수 위주로 변질될 우려

■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안

24일 발표된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안은 상반기에 지역별 토론회를 통해 여론의 1차 검증을 받았다. 교과군을 축소해 학생들이 학기당 배우는 과목 수를 줄이자는 안(案)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찬성 여론이 많았다. 개별 학교의 교과목 편성 자율권이 늘어나 학교별 특성을 살리기가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교과목 축소가 실제 학습 부담 경감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 과목 줄여 집중 이수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의 핵심은 교과군을 줄여서 학생들이 학기당 배우는 과목 수를 축소하는 것이다. 지금은 학기마다 10개의 교과군을 모두 시간표에 담다 보니 도덕이나 실과, 미술 같은 과목은 주당 1시간 정도 형식적으로 들어갈 뿐이다. 효과가 있을 리 없다. 교과군을 줄이면 학기당 7, 8개 과목만 편성하면 되므로 미술이나 실과를 한 학기에 집중적으로 몰아 주당 2, 3시간씩 편성할 수 있다. 중고교에 ‘집중이수제’가 도입되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금 우리나라 중고교의 학기당 이수과목은 13개 정도로 미국 영국 호주의 평균 8개에 비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고교의 교과목은 △기초영역(국어 영어 수학) △탐구영역(사회 과학) △예체능영역(체육 예술) △실용영역(기술 가정 제2외국어 한문)의 4개로 갈래를 쳐서 영역별 최소 이수시간을 채우도록 할 예정이다. 진로교육,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등을 하는 창의적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은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통합하고, 수업 시간을 현재 주당 2시간에서 3시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 20%범위내 수업시수 자율 증감

지금까지 교육과정은 여러 차례 개정됐다. 모든 학교에 똑같은 교과과정을 적용하던 것을 선택과목 중심 체제로 바꾼 것이 7차 교육과정 개편(1997년)이었다. 교육 당국은 7차 개정 이후에는 교육과정을 수시 개편 체제로 바꾸어 차수(次數) 개념을 쓰지 않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역사 교육 강화를 위해 2007년 7차 교육과정을 일부 개정했기 때문에 이번에 선보이는 미래형 개정안은 9차 개정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개정에서는 교과군이 줄어들고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이 1년 단축됨에 따라 일선 학교들이 수업 시간표를 편성하는 데 자율권이 늘어나게 됐다. 초등 1∼고교 1학년에 걸쳐 적용되는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은 중3 때 끝내게 된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이란 정부가 모든 국민이 배우도록 필수 과목을 정해놓은 것. 고교에서 이것이 사라지면 일반계고, 특수목적고, 전문계고 등 학교 특성에 맞는 과목을 강화할 수 있다. 이에 앞서 교과부는 초중고교 모두 교과목별 20% 범위 내에서 수업 시수를 자율적으로 증감할 수 있도록 했다.

○ “입시비중 높은 과목 늘릴 것”

개정 취지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자는 것.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국영수’ 위주의 시간표 편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통합된 교과군의 수업 시간을 줄이는 대신 입시 비중이 높은 과목의 수업을 늘려 편성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교육과정 개편을 토대로 곧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 수 조정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에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과정의 자율 편성과 수업 시수의 자율 증감은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 편성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