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전수, 60대 은퇴자에게 맡겨라”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7분


日 ‘모노즈쿠리’論 창시자 후지모토 도쿄대 교수

“중국 같은 저임금 국가와 글로벌 제조경쟁을 벌이는 지금, 한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가 제조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노즈쿠리(물건 만들기)’ 이전에 ‘히토즈쿠리(사람 만들기)’가 이뤄져야 합니다. 일본은 뛰어난 기술역량을 가진 60대 은퇴자들을 ‘지도자(instructor)’로 육성해 기술 전수의 핵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본 제조업의 강점을 나타내는 키워드로 ‘모노즈쿠리’를 개념화한 것으로 유명한 후지모토 다카히로(藤本隆宏) 도쿄(東京)대 교수(사진)는 24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주포럼에 참석해 “한국과 일본의 제조기업들은 저개발국가와 차별화되는 각자의 기술력과 설계력을 지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후지모토 교수는 일본 정부가 일본의 제조역량을 지켜 나가기 위해 2003년 제정한 ‘모노즈쿠리법’을 비롯해 도쿄대가 지방자치단체 및 주요 제조기업들과 손잡고 추진하고 있는 ‘모노즈쿠리 지도자’ 양성 활동을 소개했다.

후지모토 교수는 “현재 일본은 여러 제조기업에서 ‘공장의 신’으로 불릴 만큼 현장 경험이 많고 기술역량이 강한 사람들을 선발해 이들이 알고 있는 제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타 업종이나 중소기업에 전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60대 은퇴자들이 이 활동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일본은 인재육성의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20대는 고용이 안 되고, 30대는 불경기 때 고용된 탓에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40대는 부하직원의 수가 적다 보니 관리자로서의 능력이 떨어지고, 50대는 퇴직이 눈앞이죠.”

그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사람은 60대 은퇴자들”이라며 “이들은 크고 작은 기업들이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던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있고, 이 때문에 실제 고도의 현장 지식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지모토 교수는 “우수한 설계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일수록 중국 인도 라오스 등으로 공장을 옮기기보다는 국내 제조거점을 재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저임금을 쫓아 끊임없이 떠돌아다니다가는 결국 각자가 가진 기술력은 애매한 수준에 머무르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일본이 당면한 문제는 10년 후쯤 한국도 겪을 수 있는 것”이라며 일본의 경험을 예로 삼아 대비책을 마련할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후지모토 교수는 “지금은 모두가 함께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있는 시기”라며 “그러나 떨어지면서 단순히 공황상태에 빠진 사람과 다음 단계를 생각한 사람 간에는 5년 후쯤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경기인 지금이야말로 기업들이 호황기엔 바빠서 하지 못했던 여러 내부정비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 순간 장기적 내적역량을 강화한 기업만이 5년, 10년 뒤 확대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귀포=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