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남윤서]‘산별노조 전환’이 전교조 위기 처방?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7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창립 20주년 기념 토론회(22일)는 그간의 성과를 자축하는 축제가 아니었다.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은 방청객, 텅텅 빈 좌석은 전교조가 처한 상황을 대변하는 듯했다. 토론에 나선 패널리스트들은 전교조의 현 상황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만중 전 정책실장의 20년 평가부터 그랬다. 그는 전교조의 핵심 브레인이었다. 한 전 실장은 “지난 20년간 전교조가 생산직 위주였던 한국노동운동의 지형을 사무직으로까지 확대해 사회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합법화 이후 전교조가 대(大)개혁 운동에만 치중하면서 정작 학교 현장에서의 참교육 실천에는 미흡했다”며 한계 또한 인정했다.

전교조 산하 싱크탱크인 참교육연구소의 이용관 소장은 “전교조의 교육정책 반대 투쟁이 국민 눈에 교사 이기주의로 보인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1999년 합법화 이후 7차 교육과정 반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반대, 교원평가 반대 투쟁을 벌였지만 투쟁이 거듭될수록 ‘교사이기주의’라는 비판도 커졌다.

특히 교원평가 반대운동을 벌이면서 전교조는 “대학교수도 평가받는 시대에 교사만 평가를 피하려 하느냐”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토론회에서도 “교원평가 반대가 국민의 실망을 깊게 만든 것 같다”는 진단이 나왔다. 패널리스트로 참여한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조건 없는 교원평가 수용을 선언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전교조의 현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보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전교조 싱크탱크가 위기 해소의 방안으로 ‘산별 노조 전환’을 들고 나온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었다. 노조 가입 대상을 교사로 한정짓지 않고 교직원, 교수, 강사, 사회교육시설 종사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용관 소장은 심지어 “전교조의 발전적 해소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스스로 이념적, 정파적인 투쟁에 매몰되어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해놓고도 그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내놓은 것은 엉뚱하게도 조직확대론이었다. 게다가 이날 언급된 산별 노조 전환 방안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조직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수업 전문성을 높여 교실에서 참교육을 먼저 실현해야 한다. 스무 돌 전교조는 기로에 서 있다. 1989년 울려 퍼졌던 ‘참교육의 함성’이 이익단체라는 비난 속에 묻히지 않기를 바란다.

남윤서 교육복지부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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