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라비 쿠마르 신임 KAIST 경영대학장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6분


이달 1일 취임한 라비 쿠마르 KAIST 경영대학장. 최훈석 기자
이달 1일 취임한 라비 쿠마르 KAIST 경영대학장. 최훈석 기자
“국제화-개혁 통해 아시아 NO.1 경영대 도약”
“KAIST 다양성 부족 브랜드 강점 못살려
외국인 교수-학생 비율 20%이상으로 늘릴 것”

《“외국인 학생과 교수의 비율을 20% 이상으로 높이고 교수진을 지금의 2배로 늘릴 계획입니다.” 1일 KAIST 경영대학장에 취임한 라비 쿠마르 전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마셜경영대학원 부학장(57)은 22일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의 인터뷰에서 “KAIST를 아시아 1위 경영대로 도약시킬 계획”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쿠마르 교수는 KAIST 경영대의 가장 큰 약점으로 ‘다양성(diversity)의 부족’을 꼽았다. USC의 경우 외국인 교수와 학생의 비율이 20∼25%에 이르지만 KAIST는 외국인 교수 비율이 10%, 외국인 학생은 0.3%에 불과하다. 》

인도 출신의 쿠마르 학장은 1997년부터 USC 마셜경영대학원의 국제화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했고 2006년부터 부학장을 맡아 MBA 랭킹을 크게 끌어올렸다. 그는 “KAIST 경영대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발전 방안을 조만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USC 마셜경영대학원 국제화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학생들의 국제화다. 1995년 학교 측에서 학생들의 국제화 방안을 내게 물었다. 당시 모든 학생이 해외 현지에서 다국적기업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기업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을 외국에 데려가자고 제안했다. USC는 미국 경영대학원 최초로 1997년 MBA 학생들이 일본, 중국, 멕시코 현지의 기업에서 실무 경험을 쌓게 하는 과정을 개설했다. 이후 해외 과정이 싱가포르, 태국, 일본, 칠레,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12개국으로 확대됐고 학부생 대상 해외과정까지 개설됐다.”

―학생과 교육과정만 바뀐다고 국제화가 가능한가.

“학생의 국제화 프로그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USC의 교수들은 매년 기업을 방문하고 연구를 위해 해외로 나간다. 교수들이 학생을 가르칠 때 현장에서 얻은 지식으로 생생한 수업을 할 수 있다. 교수들이 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비즈니스위크나 뉴욕타임스 등에 기사가 실리기 6개월 전에 알고 있을 정도다. 행정직원(스태프)도 학생들을 기업에 홍보하도록 교육받는다. 학생, 교수, 스태프가 종합적으로 경쟁력을 창출한다고 볼 수 있다.”

―마셜경영대학원이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학생들을 외국으로 데려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학생, 교수, 동문, 스태프 등이 글로벌화라는 가치를 생산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 물론 교육이 질적으로도 우수해야 한다. 대충 할 것이라면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다. 교수들의 지적인 전문성도 뒷받침돼야 한다. 글로벌화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려면 4∼5년 정도가 걸린다.”

―세계적인 경영대학원의 교육 트렌드는 무엇인가.

“학생 각각에게 맞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맞춤형 커리큘럼’이 세계 경영대학원의 주요 관심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또 기후변화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영학적인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감성적인 부분까지 충족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나오고 있다.”

―KAIST가 강화해야 할 강점은 무엇인가.

“KAIST의 강점은 강력한 브랜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인도인 동료나 기업인들도 KAIST를 잘 안다. 우수한 교수진과 학생들의 지적 수준, 동문 등이 강점이다. 또 대전의 이공계 과정과 서울 캠퍼스 경영대의 통합 과정을 공동 프로젝트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른 경영대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보완해야 할 약점은….

“한국에는 삼성, LG 등 대단한 기업이 많다. 기업이 글로벌화하면 대학도 기업을 위해 학생들을 글로벌 인재로 훈련시켜야 한다. 하지만 KAIST는 다양성이 부족하다. 학생들은 교수에게만 배우지 않는다. 서로 간에 다양한 문화와 관점을 배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 학생과 교수진을 20% 이상 확보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성과에 대해 연구하려는 해외 교수들과 학생들이 많다. 이 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우수한 중국과 인도 학생들을 적극 유치할 필요도 있다. 외국에 교수진이 진출해 학교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외국인 학생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한국 기업에 대해 조언한다면….

“한국은 대량생산에서 프리미엄 세그먼트로 이동하고 있다. 먼저 이를 위해서는 디자인과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서야 한다.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도 만들어내야 한다. 삼성, LG 등이 선진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는 제품을 저개발 국가들이 지불할 수 있는 낮은 가격의 제품으로 바꿀 수 있다면 새로운 수요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배수진 인턴연구원 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8호(2009년 8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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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vard Business Review/뉴프런티어 개도국을 보자

글로벌 경제위기로 개발도상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은 여전히 선진국보다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불황이 끝날 때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개발도상국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껏 세계시장에서 지켜온 우위를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서구 선진국 기업들은 계속 개발도상국에 투자해야 한다. 현지 경영진을 양성하고, 개발도상국의 대기업과도 꾸준히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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