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9월 조기전대’ 신경전

  • 입력 2009년 7월 24일 03시 00분


박희태 재선거 출마 전제
이재오 前의원측 적극 요구

친박 “갈등증폭 우려” 반대

한나라당의 지도부를 새로 뽑는 조기전당대회의 시기와 방법을 놓고 계파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친이(친이명박) 대 친박(친박근혜)계뿐 아니라 친이 내에서도 이해가 엇갈려 서로 다른 주장들을 내놓고 있다.

조기전대의 핵심 변수는 박희태 대표의 10월 재·보궐선거 출마 문제다. 주변에서는 그가 경남 양산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박 대표가 8월이나 9월쯤에 대표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여당 대표가 지역구 선거에서 질 경우 당에 주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사퇴하면 경선 차점자인 정몽준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게 된다. 하지만 박 대표 사퇴를 계기로 다른 최고위원들이 동반 사퇴할 경우엔 전당대회가 불가피해진다. 박 대표가 사퇴할 경우 다른 4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정몽준 공성진 허태열 박순자)과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송광호 박재순)의 거취가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다.

친이 일각에서는 개각 및 청와대 개편과 함께 당 지도부의 면모를 일신하는 모습을 갖춰야 쇄신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오 전 의원은 당 전면에 복귀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친이재오계 의원들도 9월 전당대회를 바라고 있다. 친이재오계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의 진정한 쇄신을 위해서는 강력한 새 지도부가 하루빨리 출범해야 한다”며 “최고위원들이 조기전대에 합의한다면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친이계인 정두언 의원은 “화합형이라는 전대 요건이 충족된다면 나도 참여해보고 싶다”며 출마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친박 측에선 조기전대에 부정적이다. 더욱이 9월 전대에는 강하게 반대한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에 전당대회를 열면 당내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며 반대 태도를 분명히 했다. 친박 측이 이재오 전 의원의 정계 복귀를 바라지 않는 것도 조기전대 반대 이유로 꼽힌다.

당 쇄신특별위원회도 9월 전대보다는 내년 1∼2월에 전대를 여는 쪽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당 화합을 위해서는 친박이 반대하는 전대 일정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상득 의원은 별 움직임이 없지만 측근들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9월 전대에 부정적인 편이다.

정몽준 최고위원이 조기전대의 키를 쥐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 최고위원은 주변에 당대표 재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박 대표 사퇴 이후 친이계 최고위원들이 집단으로 물러날 때 정 최고위원도 함께 물러난다면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9월 전대가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다. 당내에서는 ‘이재오-정몽준 연대설’도 나온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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