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잡는 ‘학파라치’ 학원도 불법?

  • 입력 2009년 7월 24일 03시 00분


국내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포상금 신고카페 운영자가 올린 ‘학파라치’ 실습회원 모집 글. 이 사이트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걸자 운영자는 “30만 원만 내면 이론부터 실습까지 학파라치 완벽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넷 화면 캡처
국내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포상금 신고카페 운영자가 올린 ‘학파라치’ 실습회원 모집 글. 이 사이트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걸자 운영자는 “30만 원만 내면 이론부터 실습까지 학파라치 완벽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넷 화면 캡처
상당수가 무등록-편법운영
25만~35만원 받고 증거자료 촬영법 등 가르쳐

“학파라치 작업 함께할 초보 회원님 5명씩만 선착순으로 모십니다. 수도권이나 부산 영남지역 초보 회원님 5명씩만(차량 및 내비게이션 보유하신 회원). 관심 있으신 분은 교육상담 신청란에 비밀글로 전화번호 남기시거나 휴대전화로 상담 바랍니다.”

7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하나로 시행에 들어간 학원불법교습 신고 포상금제인 이른바 ‘학파라치’ 제도 시행 일주일이 지난 14일.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의 한 카페(파파라치 포상금 교육소)에는 이 같은 공지글이 올라왔다.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이 카페에 가입한 신규회원만 70여 명. 최근 가입한 한 누리꾼은 “부업으로 해보고 수입이 괜찮으면 주업으로 전환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공지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하자 카페 운영자는 “하루만 교육 받으면 다음 날부터 당장 학파라치로 활동 가능하다. 불법학원이 자수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남는 장사”라며 30만 원을 내고 교육을 받으라고 권유했다.

학파라치 교육을 받았다는 후기도 여러 건 올라와 있었다. 한 누리꾼은 “(카메라를 숨겨) 음악학원 간판을 달고 수학을 가르치는 원장을 열심히 촬영했다”며 “증거자료를 CD로 굽는 법도 배웠다”고 했다. 학파라치는 신고서와 증거자료를 해당 시도교육청에 제출하면 교육청에서 확인과정을 거친 후 최대 5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신고포상금제가 실시되면서 전문 학파라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대전에 사는 A 씨가 17일 하루에만 43건의 학원 불법운영 사례를 신고해 교육청 직원이 현장 확인을 하고 있다. A 씨는 대전의 학원 밀집지역에서만 30여 건을 신고하는 전문성을 보였다.

식파라치(부정불량식품 신고), 약파라치(약사법위반 신고) 등 ‘신고포상요원 양성사업’을 해온 기존의 파파라치 학원도 학파라치를 교육과정에 포함하는 등 영업 호재로 활용하고 있다. 학파라치 학원의 한 원장은 “강사가 직접 출강할 수도 있다”며 “교육이 끝나면 3, 4년차 경력자를 소개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학파라치 교육은 통상 포상금제에 대한 이론교육과 장비교육, 신고 접수와 포상금 수령법 교육 등으로 구성되며 1, 2일의 실습이 포함된다. 교육비는 25만∼35만 원 선. 이들 학원이나 인터넷 카페는 교육비를 낸 회원들만 열람 가능한 비밀게시판을 만들어 불법학원 판별법, 불법학원 밀집지역 등 각종 노하우를 공유한다.

하지만 학파라치 학원 자체가 무등록 불법학원인 경우도 많다. 서울강서교육청 학원등록 업무 관계자는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해놓고 인터넷에 학원이나 교습소 간판을 내세워 불법영업을 하거나 사진학원 등 다른 목적으로 등록한 뒤 편법 운영을 일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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