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연수]경제가 교육을 걱정하는 이유

  • 입력 2009년 7월 24일 03시 00분


교육은 경제 그 이상이다. 교육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일에 관한 것이며, 어떻게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느냐와 관련된 일이다.

하지만 교육은 경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개인이 대체로 많은 교육을 받아야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듯이 나라도 그렇다. 한국이 반세기 동안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잘 훈련받은 인재들이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과 지식 위주 교육시스템은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효가 다 됐다는 것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제계 사람들의 판단이다. 아니 최근 우리 사회에 널리 형성돼온 공감대이기도 하다.

한국은 선진국의 산업모델을 들여와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과 결합함으로써 짧은 기간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제 그런 방법은 한계에 부닥쳤다. 국내 기업 가운데 세계 1위의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탄생하면서 더는 모방할 상대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후발주자가 아니라 선발주자로서 새로운 시장, 상품, 서비스, 기회를 만들어내려면 더욱 창의적이고 개성이 넘치는 인재가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좁은 면적 안에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저렴하게 담느냐는 경쟁에서 세계 1위가 됐다. 지금 삼성은 어떻게 직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하느냐는 문제로 씨름하고 있다. 계속해서 선도기업이 되려면 창의적인 제품이 나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창조적인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자율근무제, 자율복장제 등 변신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이면서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인텔, 애플 같은 소프트웨어와 IT 서비스 분야에서 약한 이유는 창의성 부족 때문이라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다.

경제계는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창조적인 미래형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해왔다. 어떻게 미래형 인재를 키울 수 있는지 답도 이미 나와 있다. 자율과 경쟁을 교육에 도입하는 것이다.

주입식 강의, 지식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힘, 혼자 만들어내는 힘, 토론하고 글을 쓰고 남의 말을 듣는 능력을 키우려면 단답형 시험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 객관식 문제는 공정성은 담보할 수 있지만 창의성을 담보하진 못한다.

생각하고 표현하고 만드는 교육에서 중앙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교육 현장에 많은 부분을 맡겨야 하고, 이를 위해 교육 종사자들의 자질을 높여야 한다. 우선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을 갖게 하고 학생을 선발한 다음에는 인문적 교양을 중시하든, 당장 기업에서 써먹을 기술을 가르치든, 각 대학이 형편에 맞게 선택하도록 하면 된다. 대학부터 시작해 점차 초중고교에 자율권을 부여하면서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

경쟁은 학생 간의 경쟁보다는 더 좋은 교육으로 승부하려는 선생님들 간의 경쟁, 학교 간의 경쟁이 돼야 한다. 교육의 특성상 시장원리가 전체를 지배해선 안 되지만, 교원평가제 등을 통해 적어도 수요자가 공급자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본질적인 내용 변화에 집중하지 않고 사교육 잡기나 특목고 규제에 열을 올린다면 그건 시대정신을 잘못 읽은 것이다. 사교육은 공교육의 변화를 통해 점차 사라지도록 해야지, 그 자체를 목표로 했다가는 실패와 부작용만 낳게 된다.

신연수 산업부장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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