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 → 100억…생명硏, 5년간 기술이전료 꾸준히 증가

  • 입력 2009년 7월 24일 03시 00분


전담팀 신설 ‘특허로드맵’ 작성 등 성과거둬

‘기술이전료 수입 0원. 기관평가 최하위.’

정부가 2002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 결과다. 이 연구원은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공계 정부출연연구기관 가운데 ‘열등생’ 그룹에 속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이웃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연간 400억∼500억 원의 기술료를 챙기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했다. 꼴찌 탈출 작전이 2004년 시작됐다. 올해 생명연이 예상하는 기술료 수입은 약 100억 원. 탈출 작전을 시작한 5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액수다. 생명연은 올 5월 발표된 지난해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기관평가에선 1위를 차지했다. 생명연 산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현병환 센터장(사진)은 “5년 안에 기술료가 400억 원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명연이 꼴찌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기술이전전담조직(TLO)이라는 전문팀에 있다. 2004년 연구원은 실험실에서 만든 기술의 기업 이전을 맡는 TLO인 성과확산팀을 출범시켰다. 성과확산팀은 먼저 생명연이 보유한 기술을 모아 ‘특허로드맵’을 작성했다. 과학자들에게 세계 동향에 맞는 연구개발(R&D) 방향을 제안하고 기술경영 교육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제공했다. “쓸데없는 짓 한다”는 내부의 비난도 수없이 들었다. 눈에 띄는 변화는 2, 3년 만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술 가치가 객관적으로 평가되면서 기술을 사겠다는 기업이 늘어났다. 국내 제약회사인 신일제약은 지난해 26억 원을 주고 ‘천연 염증 치료물질’을 사갔다. 이달 7일에도 ‘바이오칩 분석기술’이 정보기술 전문회사 코미코에 30억 원에 팔렸다.

생명연의 기술료 수입은 2006년 24억 원에서 2007년 77억 원, 지난해 92억 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연구원이 만든 기술에 대한 외부 평가도 올라갔다. 지난해 설립된 바이오벤처회사 파멥신은 생명연에서 개발한 항암항체 물질 기술을 이전받았다. 생명연 측이 처음 제시한 기술이전 대가는 10억 원. 하지만 꼼꼼한 평가 자료가 덧붙여지면서 기술료가 2배 상승했다. 파멥신 측은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면서 KOTRA와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로부터 100만 달러(약 12억5000만 원)를 투자받는 등 기술료 지불 부담은 오히려 줄었다”고 설명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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