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토종브랜드 한샘 임원들 뉴욕으로 간 까닭은

  • 입력 2009년 7월 24일 03시 00분


“가구회사서 유통회사 변신”
해외시장 체험하며 전략회의

토종 가구 브랜드로 유명한 한샘이 올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지금 미국에서 열고 있습니다. 최양하 한샘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 13명은 현지 경영전략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8일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죠. 한샘이 경영전략회의를 해외에서 연 것은 창사 39년 만에 처음입니다. 왜 대표적인 내수기업인 한샘이 미국으로 향한 것일까요.

이 회사에 따르면 최근 실적 성장세가 두드러진 한샘 미주 법인의 성과를 점검하는 동시에 홈데포, 이케아, 시어스 등 미국 동부 지역에 위치한 유통 회사들을 직접 둘러보기 위해서랍니다. 한샘 관계자는 “유럽이 제조업으로 산업을 발전시켜 왔다면 미국은 유통을 매개로 산업이 부흥했다”며 “한샘도 가구회사에서 유통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임원들이 직접 선진 유통 현장을 보고 배워야 한다는 판단에서 추진했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회사 내부에서는 경기 침체로 상당수 국내 기업들이 바짝 움츠린 상황에서 해외 경영전략회의를 여는 것이 ‘외유(外遊)’로 비칠 수도 있다며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왔다고 하네요. 하지만 ‘위기일수록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최고경영진의 뜻에 따라 강행했다는 후문입니다. ‘국내’라는 우물에서 커온 기업이다 보니 유독 GQ(Global Quotient·세계화 지수)가 부족하다는 자성도 깔려 있습니다.

부엌가구 전문 회사로 시작한 한샘이 국내 가구업계 1위로 부상할 수 있었던 데는 1998년 외환위기 덕이 컸습니다. 당시 대형 가구회사들이 잇달아 무너지던 상황에서 한샘은 부엌가구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가구’라는 신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처럼 위기에 유독 강했던 한샘이 요즘 다시 판을 바꿔보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인테리어도 매장에서 사고팔자’는 콘셉트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습니다. 인테리어업체에 집수리를 맡기는 대신 소비자가 직접 홈데포나 이케아 같은 인테리어 유통매장에서 가구, 바닥재 등 건자재를 사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판단에서죠.

세계에서 까다롭기로 소문난 한국 주부들의 눈높이에 맞춰 커온 만큼 해외 시장도 자신 있다는군요. 많이 보고 배우겠다며 미국으로 향한 한샘 임원들의 ‘GQ 높이기’ 프로젝트가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기 바랍니다.

정효진 산업부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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