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절에서 길 찾다

  • 입력 2009년 7월 24일 03시 00분


송광사 방장 보성 스님(오른쪽)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30여 분간 접견, 격려한 뒤 전송하고 있다. 사진 제공 송광사
송광사 방장 보성 스님(오른쪽)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30여 분간 접견, 격려한 뒤 전송하고 있다. 사진 제공 송광사
부친 영가 모신 송광사 방문… “새 힘 얻었다, 마음 편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이 그룹 창업자인 부친 박인천 회장의 25주기를 맞아 22일 영가(靈駕)가 모셔진 전남 순천시 송광사를 둘러본 뒤 보성 방장 스님을 친견했다. 박 회장의 친가와 외가는 물론이고 처가도 각각 호남과 영남의 이름 난 불교 집안으로 백양사 범어사 화엄사 불갑사 송광사 등에 전각과 동종을 시주하는 등 공덕을 많이 쌓은 것으로 유명하다. 송광사는 특히 박인천 회장 별세 후 초재와 49재가 열렸던 곳으로 고인이 생시에 이 절의 지장전 건립을 전액 시주하는 등 인연이 깊다.

박 회장은 이날 사찰 측이 새로 단장한 영단에 모셔진 부친의 위패와 형님인 고 박성용, 박정구 회장 영가등(燈)을 차례로 둘러본 뒤 고인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이어 박 회장은 방장실로 자리를 옮겨 보성 방장 스님을 30여 분간 친견했다. 보성 스님은 박 회장 가문과 불교의 깊은 인연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특히 올해로 100세를 맞은 박 회장 모친 이순정 여사의 안부를 상세히 물었다.

보성 스님은 “팔만대장경 안에 있는 부처님 말씀의 핵심은 마음을 편히 가지라는 것”이라며 “큰 기업을 맡아 움직이는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창업 회장과 형님 회장들도 욕심이 없었던 분들”이라며 “회장이 불안해하면 아랫사람들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니 특별히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자기 자신한테 속지 않도록 하라”고 격려했다. 이어 박 회장 모친의 방에 걸어 드리라며 오대산 상원사 문수보살상 사진이 담긴 액자를 전했으며 “회사의 번영과 가족의 화합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액자를 받은 박 회장은 “어머니가 120세까지 사실 수 있게 방장 스님께서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고 보성 스님은 “그거야 아들 하기에 달린 것 아니냐”고 말해 좌중에 폭소가 일기도 했다.

참배와 친견을 마친 박 회장은 송광사가 배출한 16국사 초상을 모신 국사전을 둘러본 뒤 주지실에 들러 사찰 측에 스님 학습 지원용 45인승 버스 한 대를 기증했다. 박 회장은 편안하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서울로 귀향하면서 “새로운 힘을 얻었다. 마음이 참 편하다”고 했다.

순천=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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