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 감독괴담 올해는?

  • 입력 2009년 7월 23일 21시 00분


1998년 7월 8일 한화 강병철 감독은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리기 30분 전 구단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았다. 3루 주루 코치를 맡기로 했던 강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쌍방울 김성근 감독(현 SK)도 1999년 7월 4일 올스타전이 끝난 뒤 한밤중에 경질됐다. 1996년과 1997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낸 김 감독에게는 가혹한 결정이었다.

올스타전은 축제의 무대이지만 언젠가부터 '감독들의 무덤'으로 불렸다. 하지만 올해 삼성은 올스타전(25일)을 앞둔 20일 선동열 감독과의 재계약을 발표해 야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올스타전을 전후해 잘린 감독은 많지만 재계약 통보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왜 올스타전인가

팀 성적이 나쁠 때 시즌 중 가장 먼저 쓰는 요법은 1, 2군 선수를 바꾸는 것이다. 그 다음이 1, 2군 코치 교환이다. 1명뿐인 감독의 교체는 마지막 선택이다. 하지만 각 팀이 휴식기를 갖는 올스타전을 전후해선 종종 최종 선택이 나온다. 이 같은 이유로 그동안 많은 감독이 이 때 옷을 벗어야 했다. 2004년 전반기를 3위로 마감했던 KIA 김성한 감독은 후반기 들어 5연패한 뒤 곧바로 경질됐다. 고 MBC 김동엽(1987년), 롯데 백인천(2003년), LG 이광환(1996년), KIA 유남호 감독(2005년) 등도 올스타 휴식기의 재물이 됐다.

시즌 중 감독 교체 효과는

감독이 바뀌면 분위기는 바뀐다. 하지만 성적 향상으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다. 1998년 한화는 전반기까지 4위 쌍방울에 0.5경기 차 뒤진 5위였다. 하지만 감독을 바꾼 뒤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1999년 쌍방울, 2003년 롯데, 2005년 KIA는 감독 경질 당시 꼴찌였는데 최종 성적 역시 최하위였다. 딱 한 번 KIA는 2004년 김성한 감독 경질 후 4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했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곧바로 탈락했다.

올스타 괴담은 이제 그만

올해 '올스타 괴담'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계약이 만료되는 감독은 선 감독을 비롯해 제리 로이스터(롯데), 김인식(한화), 조범현(KIA), 김재박(LG) 감독 등 5명. 하지만 각 팀이 유례없는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는 중이라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

선 감독의 재계약 발표 역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5위를 달리고 있는 선 감독은 21일 "솔직히 요즘 실업자가 많다는데 나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홀가분하게 팀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 감독이 올 시즌 호성적으로 좋은 선례를 만든다면 올스타 괴담도 지나간 옛 말이 되지 않을까.

이헌재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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