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해고사유?

  • 입력 2009년 7월 23일 14시 40분


음주운전이나 과속과 달리 휴대전화나 DMB사용은 단속이 쉽지 않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음주운전이나 과속과 달리 휴대전화나 DMB사용은 단속이 쉽지 않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강력한 제재 시작한 미국 사회, 아직은 느슨한 한국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일하는 한국인 이미나 씨(가명·36)씨는 얼마 전 회사 주차장에 세워진 자신의 차에 올라타면서 무심코 휴대 전화을 꺼냈다. 전화를 걸려는 순간 화들짝 놀란 그는 휴대전화를 바닥에 집어 던지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주차장 구석에 달린 CCTV가 눈에 스치며 '큰일 나겠다'는 생각에 그랬죠. 올해부터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곧 해고'라는 인식이 퍼졌거든요. 그래서 이젠 차에 올라타기 직전 휴대폰을 끄는 습관이 생겼어요."

●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곧 해고

미국에서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제재가 날이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 놀랍게도 단속 주체는 국가가 아닌 일반 기업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회 경고이후 처벌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적발은 곧 해고'로 규정이 강화됐다.

실제로 이 같은 사내 규정이 만들어 진 이후 휴스턴에서만 단속 적발로 해고된 직원이 2, 3명에 이른다. 사내 직원의 운전 중 휴대전화 해고는 엑슨모빌 코나코필립 쉘 등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물론 시행 초기에는 "음주운전이나 뺑소니도 아닌데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발도 있었다.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 주 등 핸즈프리(블루투스 포함) 강제규정을 주법으로 둔 곳을 제외하면 운전 중 휴대전화는 그리 강력한 제재 대상도 아니고 경찰이 단속하지도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입장은 강경하다. 이유는 직원의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가 회사의 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비싸게 교육을 시킨 인재의 손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막대한 보험료와 회사 재산의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진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강력한 처벌 제도를 비교적 일찍 도입한 엑슨모빌의 경우 지난해 운전 중 휴대전화 사고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아 화제가 됐고 이를 모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휴스턴에 자리 잡은 석유기업 쉘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포함한 12개항의 사내 규정인 'the life-saving rules'을 두고 이를 철저하게 교육시키고 있다.

이미나 씨는 "논란이 있더라도 한번 규정을 정해지면 엄격하게 따르는 것이 미국 사회의 특징인 것 같다"며 "운전 중에는 절대 휴대전화를 걸지도 받지도 말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한다.

● 음주운전보다 위험한 휴대전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의 폐해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경찰 관계자들은 "휴대전화 사용이 음주운전보다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교통사고 조사기관들의 통계자료는 편차는 있지만 실제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사고율이 4배 가까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핸즈프리(블루투스) 기기 의무화는 어떨까. 이 경우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고율은 일반 운전자의 2배 이상이다. 결국 운전 중에는 전화를 꺼두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속대상은 운전 중 전화기를 손에 들고 통화를 하는 경우 벌점 15점과 함께 승합차는 7만원, 승용차는 6만원의 벌금에 그친다. 최근에는 운전중 DMB 사용까지 사회문제화 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경찰의 단속 의지보다 사회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교통관련 경찰관들이 가장 단속하기 힘든 분야가 휴대전화 사용 단속이라는 푸념도 흘러나온다. 적발되면 무조건 발뺌하는 운전자들과의 분쟁이 별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의 단속 여부 보다는 사회적으로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는 주장도 그 때문이다.

경찰청 교통안전계 최은정 경감은 "운전자도 위험하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전화가 울리면 안받을 수 없는 전반적인 사회 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받는 사람도 문제지만 거는 사람도 상대방이 운전 중이라면 곧바로 끊어주는 예의가 필요하다"고 아쉬워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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