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프리토킹] 1게임 뛰고 50억…아시아는 노다지?

  • 입력 2009년 7월 23일 08시 32분


아시아 투어의 빛과 그림자

시즌이 끝나고 프리시즌이 찾아오는 여름이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 세리에A,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에 속한 유럽의 내로라하는 명문 클럽들은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아시아 땅을 찾는다. 세리에A는 라치오와 인테르 밀란의 2009 슈퍼컵 매치를 아예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EPL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올해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토트넘 홋스퍼, 헐시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풀럼FC 등이 이미 실시 중이거나 아시아 방문을 결정한 상태이다. 그러나 아시아 곳곳에서 열렬한 서포팅을 보내는 팬들의 사랑 못지않게 ‘돈벌이’에 치중한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EPL 클럽들이 실시 중인 아시아 투어에 대한 빛과 그림자를 살펴본다.

○재정 수익의 극대화를 위한 당연한 선택

K리그의 FC서울과 친선전을 위해 22일 한국 땅을 밟은 EPL 3연패 주인공 맨유. 2007년 7월 첫 방문 이후 두 번째다. 이미 말레이시아 올스타팀과 2차례 경기를 치르고 왔다. 당초 인도네시아 올스타팀과도 친선경기가 예정돼 있었지만 최근 자카르타 호텔에 잇달아 폭탄 테러가 발생해 말레이시아에서 곧바로 한국으로 건너왔다. “유·무형적 자산가치가 18억7000만 달러(2조4000억원)에 달해 이미 세계 최고의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다”고 세계적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평가했고, 이동할 때 전세기를 이용하는 것만 봐도 엄청난 ‘부’를 자랑하는 맨유이지만 항상 ‘배가 고파’ 보이는 그들이다. 구단 자금 관리 직원을 거쳐 2005년부터 최고 경영자(CEO)로 활동 중인 데이비드 길 사장이 회계 컨설팅업체 출신에서 알 수 있듯 맨유 경영의 핵심은 항상 ‘수익 창출’이다. 아시아 투어도 마찬가지. 이미 전 세계에 1억 명 이상의 팬들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이들에게 동아시아는 미개척 시장일 뿐이다. 박지성이나 덩팡저우(중국)를 영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꼭 끄집어내서 긍정하진 않아도 그렇다고 부정하지도 않는다. EPL 클럽의 시즌 수익 구조는 크게 ▲티켓판매(40%%) ▲스폰서(30%%) ▲중계권(30%%) 등 3가지로 나뉘는데, 딱히 수입이 없는 비 시즌에 짭짤한 ‘보너스’를 더해 줄 아시아 투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한국 방문을 마친 뒤 중국 항저우로 건너갈 맨유나 태국 방문을 끝내고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는 리버풀,‘버클레이 아시아 트로피 2009’에 출전키 위해 베이징 투어를 결정한 토트넘 및 웨스트햄, 헐 시티도 이미 같은 계산이 섰다. 한 가지 단적인 예로 맨유는 2년 전 처음 방한했을 때 3박4일간 머물며 약 50억원이 넘는 엄청난 수익을 챙긴 것으로 마케팅 관련 업계에서 추산한 바 있다.

○EPL, 그들이 돌려줘야 할 것

퍼거슨 맨유 감독이나 팀 관계자들은 “아시아 투어는 맨유를 사랑해주는 아시아 지역 팬들을 위한 클럽 서비스 정책의 일환”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챙기는 수익에 비해 돌려주는 것은 거의 없다. 2007년에도, 올해에도 연이어 맨유와 만나게 된 FC서울 관계자들은 “우리 팀은 호날두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좋은 경기를 했다는 것 외에 별다른 수입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맨유는 올해 1월 아시아 투어 지역으로 한국을 선정하면서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로 “7월20일 K리그 팀과 친선전을 갖는다”고 통보해 축구 팬들의 큰 반발을 샀다. K리그 스케줄을 전혀 고려치 않은 것에 대한 분노였다. 19일은 이미 K리그 일정이 잡혀 있었고, 22일에는 컵 대회 8강전이 계획돼 있었기 때문에 맨유 방한경기는 불가능했다. 맨유는 “한국축구를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고 금세 꼬리를 내렸으나 파장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더욱이 장소 선정에서도 말썽을 빚었다. 맨유는 당초 ‘디펜딩 챔피언’ 수원을 올해 친선전 상대로 점찍었다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할 수 없다고 수원 구단이 거절해 서울로 파트너로 최종 결정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 2월 “프리시즌 혹은 투어 경기 등 어떠한 경우에서건 ‘금전적 수익’을 향한 EPL 클럽들의 아시아 방문을 반대한다”는 굳은 입장을 밝혔던 모하메드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은 5월에도 영국의 한 축구포럼에 참석해 “세계 축구의 미래를 밝힐 아시아가 EPL 클럽들의 방문으로 얻는 것은 없다. 만약, 그들이 수익을 얻는다면 그만큼 아시아 지역에 기술제공, 유소년 프로그램, 코칭스쿨 등으로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시아 투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깨뜨릴만한 뭔가 긍정적인 프로젝트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은 이미 분명해진 것 같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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