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진화 “할리우드 덤벼!”

  • 입력 2009년 7월 23일 07시 45분


재난 블록버스터·스릴러 어드벤처 등 기존 스토리 벗어난 다양한 장르 봇물… 영상테크놀로지 기술 향상 변화 한 몫

한국 영화의 보폭이 크게 넓어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국 할리우드에서나 제작할 수 있는 분야로 여겨졌던 장르와 다양한 소재가 한국 영화에 등장하면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재난 블록버스터, 비인기종목을 소재로 한 스포츠 영화, 사막과 밀림을 넘나드는 긴장감 가득한 스릴러 어드벤처, ‘트랜스포머’에 도전하는 로봇 실사영화, 기후 재앙에 맞서는 사람들의 투쟁을 그리는 SF영화 등 다채로운 장르의 영화들로 한국영화는 지금, 나아가고 있다.

22일 개봉한 ‘해운대’(감독 윤제균·제작 JK필름)는 한국영화 첫 재난 블록버스터. 부산 해운대를 뒤덮을 듯 몰아닥치는 거대 지진해일, 쓰나미의 공포와 이에 맞닥뜨린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라는 새로운 별칭을 얻었다.

특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흔히 보아온 영웅의 활약이 아니라 소시민의 다양한 캐릭터와 공감의 울림이 큰 한국적 스토리라는 점에서 ‘해운대’의 성과는 돋보인다. 비록 할리우드 제작진의 ‘컴퓨터 그래픽 노하우’에 기댄 바 크지만 향후 이 기술을 한국영화가 어떻게 흡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개봉하는 ‘국가대표’(감독 김용화·제작 KM컬쳐)는 관객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스포츠인 스키 점프를 소재로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가는 청년들의 비상과 희망을 그리고 있다. 핸드볼(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역도(킹콩을 들다)에 이어 비인기 스포츠 종목을 전면에 내세운 스포츠영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국가대표’는 그동안 영화 소재로 등장했던 종목 중에 일반 관객들에게 가장 낯선 스키점프를 통해 우리 시대의 새로운 희망을 그린다는 목표다.

박해일, 박희순, 신민아, 정유미 등의 스타급 연기자가 출연하는 ‘10억’(8월6일 개봉, 감독 조민호·제작 이든픽쳐스)은 호주의 끝간 데 없어 보이는 사막과 집어삼킬 듯한 밀림의 공포를 넘나드는 사투를 그린 영화.

한국 영화가 밟아보지 못했던 해외의 오지 속에서, 마치 해외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듯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투쟁과 그 뒤에 숨은 비밀을 파헤쳐가는 이야기다.

또한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감독 원신연·제작 신씨네)의 실사영화는 ‘트랜스포머’에 버금가는 규모로 한국 영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로봇을 현실세계에 불러내 그 거대한 이야기를 그릴 실사영화 ‘로보트 태권V’는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으로 알려진 ‘설국열차’(제작 모호필름)는 오랜만에 등장하는 SF 장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봉준호 감독은 프랑스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설국열차’가 “기후 재앙을 맞아 영하 60∼70도의 날씨로 변한 지구에서 살아남아 무한궤도를 도는 열차에 오른 생존자들의 격한 갈등과 투쟁의 이야기다”고 말했다.

한국영화의 이러한 행보는 CG 등 영상 테크놀로지의 축적된 경험에 바탕한 기술 향상, 신선한 기획력의 확보, 영상세대의 성장 등에 힘입은 바 크다.

충무로 한 관계자는 “이런 작업들이 현재에만 머물지 않고 향후 한국영화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또 다른 영역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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