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섹션 피플]박성민 늘푸른의료재단 이사장

  • 입력 2009년 7월 23일 03시 16분


진료가 치료라면 좋은 집은 케어죠
병원 + 실버촌 개념 구체화
시니어복합타운 9월 입주

“진료가 ‘치료(cure)’라면 좋은 집을 짓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는 ‘케어(care)’죠. ‘케어’가 회복에 더 효과적입니다.”

부동산시행사 ‘서우’를 운영 중인 박성민 늘푸른의료재단 이사장(43)은 “2002년까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과 경기 수원시 성빈센트병원에서 신경과 전문의로 일하면서 노년층을 위한 시니어 복합타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질병으로 인한 고통보다 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외로움을 토로하는 노인 환자들을 많이 목격했기 때문. 일본과 미국에서 치료뿐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에도 초점을 맞춘 실버타운을 보고 병원과 집이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실버타운인 ‘시니어 복합타운’을 구상하게 됐다.

본격적으로 시니어 복합타운을 세우기 위해 그는 2001년 부동산 시행사를 설립했다. 의사직을 버리고 부동산 디벨로퍼로 변신하겠다고 하자 주위의 반대가 심했다. 박 이사장은 “가족뿐 아니라 대학병원에 함께 있던 선후배들도 국내 실버타운의 실패 사례를 예로 들며 만류했다”며 “하지만 경제력을 가지고 여가 생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뉴 시니어’가 주된 소비 계층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우는 설립 초기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에 일반 상가건물 5개를 지으면서 건물당 1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이 수익을 기반으로 분당구 금곡동에 병원과 주거공간, 생활편의시설을 결합한 390채 규모의 시니어 복합타운 ‘헤리티지’를 지어 올해 9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박 이사장은 ‘헤리티지’ 시행을 위해 서우의 설계팀, 운영팀 직원들과 함께 미국 일본 유럽의 실버타운을 여러 차례 견학했다. 그는 “국내 실버타운 중에는 집을 병원 근처에 덩그러니 지어놓기만 한 곳도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노인들이 주로 앓는 질병과 생활습관, 노년층의 심리상태까지 설계에 세심하게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에서 널리 알려진 ‘지속적 은퇴 관리 커뮤니티(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 개념이 국내 실버타운에도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CCRC는 건강한 은퇴자를 위한 일반 주택, 만성 질환을 치료하는 병원, 간병인이 거주하는 요양원 등이 같은 단지 안에 있어 입주자의 연령, 질병 정도에 맞춰 주거 공간을 옮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박 이사장은 “헤리티지에 이 CCRC 시스템을 도입했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수영장, 문화센터, 공연장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도 설치했다”고 말했다.

고소득 은퇴자를 타깃으로 한 헤리티지를 시작으로 박 이사장은 다양한 유형의 시니어 복합타운을 구상하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 농촌이나 노후 대비가 부족한 중산층,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시니어 복합타운 보급에 나설 계획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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