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주 “의원직 총사퇴” 장내외투쟁 병행키로
청와대 개각-국정쇄신 통해 민심잡기 나설듯
여야가 사활을 걸고 대치해온 미디어관계법을 22일 한나라당이 사실상 단독으로 처리하면서 정국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당장 민주당은 의원직 사퇴를 외치면서 정권 퇴진을 위한 장외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여권은 당분간 냉각기를 갖고 법안 처리로 인한 후유증을 수습할 생각이다. 청와대는 다음 달 개각을 통해 국정쇄신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 한나라당 ‘정국운영 주도할 것’
미디어법 처리 후 여권은 야당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상당 기간 국회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한쪽에 치우친 방송을 바로잡고 미디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미디어법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만큼 법안 처리로 인한 후폭풍을 어느 정도 감수하겠다는 태도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미디어법 개정을 이번에 처리하지 못할 경우 향후 정국 주도권은 야권으로 급속히 쏠릴 수밖에 없다고 여권 지도부는 판단했다.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은 18대 국회 출범 후 지리멸렬한 모습을 면치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똘똘 뭉쳐 다수당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이탈했던 지지층을 결집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와 함께 하반기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자평이 나온다. 회기가 끝나는 24일까지 각 상임위원회를 열어 민생법안들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도 미디어법 처리에 따른 일각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이를 통해 당의 중도 및 서민 지향 이미지를 강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하반기 정기국회를 야당의 강력한 반발 속에서 제대로 운영해나갈 수 있을지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 민주, 장외투쟁과 법적대응 병행키로
민주당의 강력한 대여 투쟁 방침으로 당분간 정상적인 국회 운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9월 정기국회 또한 순탄하게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비정규직법 등 계류돼 있는 민생법안 처리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당내에서는 의원직 총사퇴 등 격앙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냉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청와대, 국정쇄신 드라이브
‘중도 강화’ 정책을 펴온 청와대는 내각 개편을 통해 어수선한 민심을 추스르는 동시에 국정쇄신 의지를 천명할 방침이다. 개각 폭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지만 지난해 2월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된 1기 장관 중 상당수를 교체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청와대는 미디어법이 △방송산업 경쟁력 강화와 고용 창출 △방송소비자의 채널 선택권 확대 △여론다양성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할 생각이다.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은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국민통합과 친(親)서민 메시지를 전달해 정국 전환을 도모할 생각이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질서유지권
국회법 145조는 ‘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 회의장에서 회의장
의 질서를 문란하게 한 경우 의장 또는 위원장이 경고 또는 제지하고, 응하지 않을 때 발언을 금지하거나 퇴장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질서유지권은 국회 경위만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경비대와 별도의 외부 경찰을 파견 받아 국회 안에 배치하는 경호권보다는 한 단계 낮은 조치다. 국회사무처는 22일 “김형오 국회의장이 오후 3시 반경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회권을 넘겨받은 이윤성 부의장은 본회의를 진행하며 “경호권이 발동됐다”고 말했지만 경찰 파견을 요청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경호권이 아닌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국회사무처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