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의장 “불가피한 결정… 질책은 달게 받을 것”

  • 입력 2009년 7월 23일 03시 16분


본청진입 불발… 사회권 넘겨

이윤성 부의장이 대신 ‘총대’

김형오 국회의장이 미디어관계법을 둘러싼 지루한 논란에 22일 종지부를 찍었다. 김 의장은 직권상정의 결단을 내렸고,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김 의장을 대신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사봉을 두드렸다. 의장과 부의장이 역할 분담을 한 셈이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한나라당이 미디어관계법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는 소식을 듣고 직권상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김 의장은 전날 밤 의장 공관 봉쇄에 대비해 호텔에서 자고 22일 아침부터 국회 내 의정관에서 대기하다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미디어법에 반대하는 언론단체 회원들이 국회 본청 주위를 둘러싸는 등 진입이 어려워지자 오후 3시 반경 이미 본회의장에 들어가 있던 이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겼다. 김 의장은 야당의 항의로 회의 진행이 어려워지자 본회의장 내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국회 관계자는 “의장과 부의장 중 먼저 본회의장에 들어간 쪽에서 사회권을 행사하기로 사전 양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표결이 끝난 후 본회의장에 들어가 마무리 발언을 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국회를 떠났다. 국회 안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결단은 본인이 내렸지만 법안 처리의 총대는 결과적으로 이 부의장이 메게 됐다.

당초 직권상정을 망설여 온 김 의장의 결심을 재촉한 것은 한나라당의 거듭된 요청이었다. 또 미디어법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이 이어지면서 국회의 공전과 파행이 수개월 동안 계속돼 온 것도 김 의장의 결심에 영향을 끼쳤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김양수 비서실장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외롭고 불가피한 결단에 대해 책임지고 국민의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정치권이 공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부에 머무르고 있던 이 부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여야의 충돌을 지켜보다가 오후 3시 반경 본회의장 출입문이 열리자 한나라당 의원 30여 명과 함께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이 부의장은 의장석에 앉아 개의를 선언한 뒤 야당 의원들의 격렬한 항의 속에 의사일정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소란 속에 의사봉을 잡은 이 부의장은 방송법을 처리하면서 서둘러 투표 종료를 선언했다가 ‘재적 의원 과반 미달’로 표결이 성립되지 않아 재투표를 실시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표결이 끝난 뒤 이 부의장은 야당 측으로부터 “인천시장 직을 노리고 ‘날치기’에 앞장섰다”는 거센 항의를 받았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직권상정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됐으나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안건을 최종 의결기구인 본회의에 국회의장이 직접 상정하는 것을 말한다. 국회법 85조는 위원회가 이유 없이 국회의장이 지정한 기간 내에 안건 심사를 마치지 않았을 때 의장이 다른 위원회에 안건을 회부하거나 바로 본회의에 부의(附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제도는 1973년 국회법 개정 때 도입됐다. 법안 처리 등 국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의장에게 직권상정 권한을 부여했다. 이전까지는 안건의 심사기간을 정해 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은 여야 합의로만 가능했다. 안건을 회부한 뒤 위원회가 이유 없이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에도 여야는 다른 위원회에 회부할 권한만 있었다. 제도 도입 이후 직권상정은 이날까지 모두 37차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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