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남편 보면 전쟁터 보내는 심정, 모자라도…”

  • 입력 2009년 7월 23일 03시 16분


쌍용차 아내들 애타는 댓글

‘생각이 부족해 모자도 얼음물도 아무 준비 없이 출근시켰는데 회사 상황이 정말 전쟁터 같네요. 걱정이 돼 전화를 걸었더니 본관 앞에 모여 있으니 괜찮다는데, 몸조심 해 하며 수화기를 내려놓는데 갑자기 목이 메네요.’

인터넷카페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모임’(cafe.naver.com/symclove) 내에 개설된 ‘쌍용차 사랑하는 아내 모임’ 게시판에 20일 한 쌍용자동차 직원 부인이 올린 글의 일부다. 이날은 쌍용차 직원들이 노조 점거농성 중인 경기 평택시 칠괴동 평택공장으로 두 달여 만에 출근한 날이다.

이 글에는 “몸조심하라는 인사도 안 했는데 전화도 안 되고 너무 답답하다” “남편이 참하게 와이셔츠까지 입고 갔는데 아무 준비도 안 해서 보낸 내가 미워 미칠 지경” “새총소리 듣기가 너무 괴롭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해고되지 않은 쌍용차 직원들의 부인들은 이 게시판에서 서로 안부를 묻고 위로하고 있다. 밤에 소주 한 병을 마시고는 회사에 가고 싶다며 공장 앞까지 운전을 해 달라는 남편 이야기,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공장에 가겠다는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은 뒤 후회했다는 등의 사연이 소개돼 있다. ‘싸움 구경’을 하러 공장 앞에 오는 평택 주민들 때문에 속상했다는 글도 있다.

‘살아봅시다’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아내는 “불법 시위자들이 해산되고 나면 부인들이 회사에 들어가서 청소를 해주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올렸다. 처지는 다르지만 도장공장에서 파업 중인 조합원들의 부인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쌍용가족대책위’ 카페(cafe.daum.net/ss-family)에는 파업을 벌이고 있는 조합원 부인들이 글을 올리고 있다. 이 카페에는 “아이들과 나만 남겨두고 왜 그렇게 위험한 곳으로 들어가느냐고, 제발 가지 말라고 매달리지 못했다”는 등의 사연이 올라와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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