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좌파국가 ‘두뇌 엑소더스’

  • 입력 2009년 7월 23일 03시 16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장기 집권 중인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21세기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남미 좌파 국가들에서 ‘두뇌 유출(Brain Drain)’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근호(7월 27일자)가 보도했다.

반미 좌파의 중심국인 베네수엘라에서는 1999년 차베스의 집권 이후 이미 100만 명이 해외로 이주했다. 특히 법률가 경영인 과학자 기술자 예술가 등 전문인 집단에서 해외 이주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고국에서 활동하는 과학자는 6000명가량인 반면 현재 미국에 사는 베네수엘라 과학자는 9000명이 넘는다. 이 때문에 남미 좌파 국가의 대학과 산업계가 인력부족을 겪고 경제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뉴스위크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최대 수출품은 석유나 광물이 아니라 ‘재능’이라고 비꼬았다.

장기집권을 위한 무리한 헌법 개정, 언론 탄압, 계층별 인종별 갈등을 부추기는 사회에 환멸을 느낀 중산층과 청년층도 해외 이주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경제연구소 ‘라틴아메리카 경제시스템’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급 기술을 가진, 25세 이상의 베네수엘라 청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이주한 사례가 1990년과 2007년 사이 216%나 증가했다.

또 미국 밴더빌트대학은 최근 보고서에서 30세 미만의 볼리비아 청년이 3명에 1명꼴로 해외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12%포인트 늘어난 수치. 볼리비아 출신으로 플로리다대에서 교편을 잡은 소설가 히오바나 리베로 씨는 “내가 아는 많은 전문 인력이 고국을 떠나기로 결심을 굳혔다”며 “볼리비아는 현재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미 좌파정권의 강압 통치를 피해 떠나는 이주자가 늘어나면서 미국 스페인 콜롬비아 파나마 등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집단정착촌이 곳곳에서 형성되고 있다.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는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가 1만5000명에 이르며, 미 플로리다 주의 웨스턴이라는 작은 마을에는 베네수엘라 사람이 대거 몰려들면서 ‘웨스턴수엘라’라는 별칭이 생겨났다.

뉴스위크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반미 좌파 국가들의 ‘세계경제포럼 경쟁력 지수’가 하락하고 있고 △신용평가기관 피치가 3개국의 신용등급을 최근 강등했으며 △세계은행이 3개국의 ‘기업 하기 좋은 수준’을 아프리카 국가들과 함께 최하 수준으로 정한 점 등을 들어 미래도 어둡다고 지적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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