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아車임금인상 하려면 세금지원 포기해야

  • 입력 2009년 7월 23일 03시 16분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지부가 임금협상 결렬로 어제 6시간 부분파업에 이어 오늘은 전면파업을 벌인다. 이로써 기아차 노조는 1991년 이후 19년 연속 파업이란 불명예를 이어가게 된다. 기아차는 6월 말 이후 잇단 부분파업으로 생산 차질액이 이미 2400억 원을 넘었다.

광주 하남산업단지의 기아차 협력업체들은 지난주부터 오전 4시간만 일하고 오후에는 조업을 하지 못해 매출 손실이 150억 원에 이른다. 손실이 커지면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업체는 이번 주엔 이틀 일하고 사흘 쉰다. 기아차 노조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이야 죽건 말건 자기들만 임금이 오르면 그만이라는 것인가.

기아차 노사 임금협상에서 노조는 기본급 8만7709원(5.5%) 인상을 요구했고 회사 측은 동결하자고 제안해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기아차 노조는 회사 형편을 고려해 어제 임금 동결에 합의한 GM대우 노조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완성차 업체는 정부 지원 덕에 차량 판매가 크게 줄지 않았다. 기아차의 상반기 차량 수출이 작년 상반기에 비해 14.6% 감소한 가운데 내수 판매는 25.0% 급증했다. 정부는 노후차량을 교체하기 위해 신차를 구입할 때 연말까지 취득세와 등록세를 70% 깎아주고 있다. 세금을 깎아주는 지원을 받아 경영위기를 간신히 넘긴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에게 보답하기는커녕 기아차 노조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이며 자기 회사와 협력업체를 흔들고 있다. 쏘울 등 인기 차종의 인도가 늦어지면 소비자 불만도 높아질 것이다.

정부가 자동차산업에 세금 지원을 할 때 ‘노사관계 선진화’라는 조건을 달았다. 특정 산업에 대한 특혜성 지원이 논란이 되자 완성차 업계의 고질적인 파업병(病)을 고치는 비용이라고 국민을 설득했다. 세금감면 지원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과격 노조원이 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쌍용차와 전면파업에 돌입하는 기아차는 그 대상에서 제외해야 옳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미국 GM의 몰락을 신호탄으로 대대적으로 재편되는 중이다. 과도한 복지비용의 감축, 친환경차 개발 같은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노사관계를 안정시켜야만 세계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노조가 툭하면 파업을 벌여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면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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