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디어산업, 장벽 허물고 미래로 도약한다

  • 입력 2009년 7월 23일 03시 16분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새 미디어법의 핵심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한국에만 있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금지 조항을 없애 매체 간 장벽을 허문 것이다. 1980년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조치 이후 지상파 방송사가 지배해온 국내 방송시장에 새로운 사업자들이 진입할 수 있게 돼 시청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반이 마련됐다. 권위주의 정권이 언론 통제를 위해 만들어 놓은 방송체제가 29년 만에 실질적으로 막을 내리고 진정한 방송 민주화가 가능해졌다.

방송통신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달함에 따라 선진국들은 미디어산업을 집중 육성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영국은 2003년 지상파 민영방송의 독점소유 금지와 매체 간 교차소유 금지를 폐지한 커뮤니케이션법을 도입했다. 이후 1999년 9억 파운드였던 TV 시장 규모가 2005년 12억 파운드로, 2000년 2만4000명이었던 방송 종사자가 2006년 3만7400명으로 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상파 광고의 매출이 2002년 2조7200억 원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해 지난해 2조1000억 원으로 떨어졌다. 구시대적인 ‘칸막이’ 체제 속에서 국내 방송산업이 뒷걸음질쳤음을 보여준다.

한류 수출이 웅변하듯이 잘 만든 방송 콘텐츠는 문화적 효과와 함께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미디어법 개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시장 내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문과 방송 간의 수직적 수평적 결합으로 ‘미디어 빅뱅’이 이뤄져 창의력 있는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다. 방송시장에 자본이 유입되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 위해 선의의 경쟁이 벌어지면 글로벌 미디어그룹의 토양이 조성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곧 시행령을 만들고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 사업자 선정 기준을 발표한다. 11월까지는 각각 1, 2개의 새로운 종편채널과 보도채널의 허가를 마칠 계획이다. 오랜 독과점 구도에서 경쟁체제로 바뀌면 방송 콘텐츠의 경쟁력과 균형성, 공정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광우병 쇠고기라고 몰아붙이며 특정 이념과 정파에 기울어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정보로 국민을 선동하는 방송은 국민의 선택을 받기 힘들어진다. 새로 방송시장에 진입한 매체들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법안 저지를 노렸던 야당과 오랜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당초 안에서 크게 후퇴했다. 이 법이 실제로 미디어산업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지상파의 시장 및 여론 독과점을 완화하는 단계에까지 이를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미디어산업의 육성과 뉴스의 다양성 확보라는 원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서둘러야 한다. 새로운 방송국이 등장하면서 경쟁 심화로 상업적 프로그램이 만연할 우려에 대해서는 엄격한 사후규제를 통해 해결할 일이다. 수신료를 받는 KBS는 공영성 강화에 힘써 방송의 모범을 제시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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