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새샘]연해주 ‘발해사 연구’ 한-러 협력에 달렸다

  • 입력 2009년 7월 23일 03시 16분


17일 오후 7시경(현지 시간) 러시아 연해주 포시에트 만 인근 크라스키노 마을의 한 식당.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버스로 5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이곳에 한국과 러시아 학자 20여 명이 모였다. 한국의 동북아역사재단과 러시아과학원 극동분소 고고역사민속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참여한 2009년 크라스키노 유적 발굴을 마무리하고 평가하는 자리였다.

해안의 크라스키노 유적은 발해 62주 가운데 하나인 염주(鹽州)의 성터가 있었던 곳으로, 당시 일본과 중국, 발해의 활발한 해상교류를 보여주는 곳이다. 그 중요성 때문에 한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의 학자들까지 발굴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가 이 유적을 발굴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 한국은 1993년부터 발굴에 참여했다.

이날 화제는 러시아 발해사연구의 아버지라 불리는 샤프쿠노프 박사(2001년 타계)였다. 그의 논문 ‘발해국과 그 문화’의 일부가 한국에 번역·소개되면서 한국의 발해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기 때문이다. 이번 발굴에 참여했던 강인욱 부경대 교수는 만찬에서 “처음 샤프쿠노프 박사의 논문을 읽었을 때의 충격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며 샤프쿠노프 박사를 위한 건배를 제의했다.

샤프쿠노프 박사에 대한 추억도 잠시, 참가자들은 앞으로의 발해 연구에 대해 걱정을 털어놓았다. 중국에서는 최근 자국 내의 발해 유적이나 사료에 대한 접근을 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송기호 서울대 교수는 “주변국과의 교류가 없는 발굴이나 연구가 늘어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러시아의 공동 발굴이 순탄한 길만 걸어왔던 것은 아니다. 한규철 발해고구려학회장은 “발굴 방식부터 발해사를 보는 관점까지 서로 다른 점이 많아 논쟁이 벌어질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올해는 발굴을 지원하는 동북아역사재단의 사업 다변화 방침을 두고 러시아 측이 “내년에 한국은 발굴에서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김은국 부연구위원은 “러시아 측의 오해”라며 “크라스키노 유적 발굴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고역사민속학연구소의 이블리에프 부소장도 “양국 학자들의 우정을 통해 발해사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발해사 연구를 위해선 한국과 러시아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특히 접근 가능한 연해주 유적은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곳이다. ―크라스키노에서

이새샘 문화부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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