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장신 공포증 이젠 없다?

  • 입력 2009년 7월 22일 08시 29분


존스컵 국제 남자농구

이란 꺾고 자신감 수확

“(하)승진(221cm·KCC)이가 있으면 몰라도, 어떻게 이겨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고 있는 2009윌리엄 존스 컵 국제남자농구대회 이란 전을 앞둔 20일. 물론 농담이 섞여있었지만, 승부욕 강하기로 소문난 대표팀 주장 주희정(32·SK)에게도 이란은 버거운 상대였다. 대표팀은 전 날, 유망주로 구성된 대만B팀에 진땀 승을 거둬 코칭스태프로부터 단단히 혼이 난 터였다.

이란은 NBA에 진출한 하메디 하디디(2m18·멤피스)가 빠졌지만 요르단과 함께 이번 대회 최강팀으로 꼽힌다. 2m8이상의 장신 선수만 4명. 8월 아시아선수권을 대비하는 한국은 존스 컵의 가장 큰 목표를 ‘중동의 장신 군단에 대한 적응’으로 삼았다. 그런 점에서 2007아시아선수권 우승국 이란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파트너였다.

경기 전, 이란 선수들은 김주성(30·동부)에게 “키 큰 친구(하승진)는 안 왔느냐”며 기를 죽였다. 하지만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결과는 76-69로 완승. 2쿼터 막판, 외곽포로 역전한 뒤 3쿼터 상대의 변칙수비에도 한국 가드 진은 냉철함을 잃지 않았다. 특히, 김민수(15점·7리바운드), 오세근(12점), 김주성이 골밑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게 큰 수확이다.

경기 후 이란 감독은 분을 삭이지 못한 듯, 기자회견장에도 나오지 않았다. 김민수는 “키가 우리 보다 크긴 하지만, 무서울 정도는 아니다”라며 자신감을 가진 모습. 최고 수훈선수였던 양동근(28·모비스)은 “거칠고, 몸싸움이 잦은 중동 스타일에 대한 파악도 됐다”면서 “앞으로 맞붙을 중동 팀과의 경기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정수(47) 감독대행은 “(하)승진이가 돌아오면 아시아선수권에서는 리바운드에서도 대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2006도하아시안게임에서 이란과 요르단에 발목을 잡혔고, 2007아시아선수권 4강전에서는 레바논에 패해 결승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 이른바 중동공포증이 생긴 요인이다. 양동근은 “이란을 꺾으며 아시안게임에서의 패배를 설욕했다”며 웃었다. 중동공포증 탈출의 실마리를 찾은 대표팀에는 설욕의 기회가 2번 더 남았다. 한국은 22일 요르단, 25일 레바논과 맞붙는다.

타이베이(대만)|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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