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실력 향상” 방학 잊은 학구열

  • 입력 2009년 7월 22일 06시 26분


구미 금오공대 임은기 교수 프로그래밍 보충수업
수강생들 계속 기숙사 생활 “방학? 학업-취업이 먼저!”

“우선 어떤 게 필요한지 생각해 찾은 뒤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깊이 생각하세요. 불필요한 과정이 들어가지 않도록 깔끔하게 프로그래밍을 준비해야 합니다.” 18일 오전 경북 구미시 양호동 금오공대 디지털관 331호 강의실. 임은기 교수(54·컴퓨터공학부)는 학생 17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래밍(컴퓨터에 부여하는 명령을 만드는 것)에 관해 수업을 하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 학생들이 졸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그의 목소리는 복도까지 울려 퍼졌다.

이 과목은 2학년 필수과목(4학점)인 ‘자료구조’. 정규수업은 1학기에 끝나고 학점도 마무리됐지만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을 대상으로 마련한 일종의 보충수업이다. 이달 첫 번째 토요일부터 시작해 다음 달 중순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토요일마다 7시간씩 공부한다. 임 교수는 “수강학생 60명 중에서 20여 명이 프로그래밍 설계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충수업을 제안했다”며 “3학년에 올라가면 5, 6명씩 팀을 짜서 프로그래밍 시스템 개발 실습을 해야 하므로 학생 모두 일정 수준이 돼야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방학 중이어서 토요일은 교수든 학생이든 개인적인 일이 있겠지만 ‘실력’이 우선이라는 분위기였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집에 가지 않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공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학년 박진영 씨(21·여·대구 달성군)는 “학기 중에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여러 과목을 공부해야 하므로 이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며 “프로그래밍 실력을 탄탄하게 닦아서 졸업 후 컴퓨터 활용이 늘고 있는 무기 관련 기업에 꼭 취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2학년 강현주 씨(24·경북 청도군)는 “학기든 방학이든 결국 중요한 건 실력이라고 본다”며 “우리보다 교수님께서 토요일 시간을 내 보충수업을 해줘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몇몇 3학년생도 후배들의 수업에 들어온다. 좀 더 공부하고 싶은 데다 후배들이 중요한 과목을 잘 배우도록 돕기 위해서다. 3학년 도혜정 씨(22·여·대구 수성구 중동)는 “지난해 이 과목을 수강했지만 더 정확하게 알고 싶고 후배들의 수업준비 등도 돕는다”며 “소프트웨어 개발 쪽으로 취업하고 싶기 때문에 프로그래밍 공부는 많이 할수록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수업이 있는 토요일 점심 때면 학생들은 임 교수와 함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학기와 방학의 구분 없이 수업목표 달성을 위해 토요일을 ‘반납’하는 스승에 대한 작은 보답인 셈이다. 임 교수는 “기업에 꼭 필요한 분야라서 대충할 수 없다”며 “학생들이 사주는 2000원짜리 만두고기덮밥을 먹으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금오공대의 지난해 순수취업률은 82%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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