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마지노선’ vs 민주 ‘배수진’… 미디어법 운명은?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 양당 심야담판 합의 실패… 서로 책임 떠넘겨

한나라 “더는 양보없다”… 소속의원에 비상대기령
민주 의총 “84명 전원 의원직 총사퇴도 불사할 것”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21일 오후 미디어관계법을 놓고 이틀째 담판을 벌였지만 절충에 실패했다. 한나라당은 합의에 실패할 경우 직권상정을 통해 강행 처리하겠다고 강하게 압박했고 민주당은 의원직 총사퇴도 불사하겠다고 맞섰다. 》

○ 저녁 협상…예고된 실패?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고흥길 위원장(한나라당), 양당 간사인 나경원 전병헌 의원, 최문순 민주당 의원을 배석시킨 채 오후 8시 20분부터 3시간 가까이 협상을 벌였지만 의견차가 너무 커 이후 협상을 계속할 것인지조차 정하지 못한 채 헤어졌다. 양당은 22일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물어 협상 계속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절충에 실패한 뒤 양당은 서로 상대 당에 책임을 떠넘겼다. 나 의원은 “협상 과정에서 우리 당의 당론보다 물러선 양보안까지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요지부동이라 의견 접근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한나라당이 멋대로 당론을 조정해 어제 제시한 안에서마저 후퇴해놓고 그걸 물러섰다고 얘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 한나라당, “더 기다리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미디어법 최종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대기업과 신문의 지상파방송 진출을 허용한 데 대해 일부 의원이 이의를 제기했다. 원희룡 의원은 “자산규모 10조 원 이상의 대기업에는 지상파방송 진출을 금지하는 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식 의원도 “박희태 대표는 2월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진출을 금지하겠다’고 공개 발언을 했었다”며 “갑자기 말을 바꿔서야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안 원내대표는 “협상 권한을 위임해 달라”며 논쟁을 마무리했다.

이에 앞서 안 원내대표는 “오늘 이후로는 더 기다릴 수 없다”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강행 처리할 방침임을 거듭 확인했다. 당 지도부는 오후 2시경 소속 의원들에게 ‘협상 결렬 시 민주당 본회의장 점거 가능성 농후’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본회의장 부근에 비상대기 하도록 했다.


▲동아일보 김동주기자

○ 민주당, ‘의원직 총사퇴’로 배수의 진

민주당은 결사 저지를 거듭 다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으면서도 술수를 쓰기 위해 협상이라고 주장한다면 국민들로부터 가혹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9시간 넘게 계속된 의총에서는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형오 국회의장이 미디어법을 강행 처리할 경우 소속 의원 84명 전원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앞서 열린 원내대표단-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참석자 24명 중 2명을 뺀 전원이 의원직 사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의원 10여 명은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해도 국민은 정치인들의 ‘정치 쇼’로 간주할 것”이라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동아일보 김경제 기자

○ 발끈한 선진과 창조의 모임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공동 교섭단체인 선진과 창조의 모임은 미디어법 타결 담판에서 제외된 것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선진당 류근찬 원내대표는 당5역회의에서 “제3의 원내교섭단체 원내대표가 논의 구조에서 배제된 것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오만함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신문-대기업 지상파 진출 허용 vs 반대

매체 점유율 등 규제장치도 첨예 대립

■ 한나라-민주 미디어법 협상 핵심 포인트

한나라당은 지난해 국회에 낸 미디어관계법의 주요 조항을 고친 당론을 21일 확정짓고 내용을 공개했다. 한나라당은 이 수정안을 놓고 이날 밤늦게까지 민주당과 협상했지만 신문사와 기업의 방송 진출 허용 여부와 허용할 경우 어떤 진입 장벽을 마련할지를 놓고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무엇보다 방송을 소유할 수 있는 신문사와 대기업의 범위를 놓고 두 당의 견해차가 뚜렷했다. 한나라당은 구독률 25%가 넘는 신문사의 방송 진입을 금지했다. 구독률은 총가구수에서 특정 신문을 구독하는 가구수를 말한다. 현재 구독률이 20%를 넘는 신문사가 한 곳도 없어 한나라당 수정안대로라면 어떤 신문사도 방송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민주당은 구독률이 아닌 시장점유율 15% 미만의 신문사만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맞섰다. 시장점유율은 신문 전체의 발행부수 중 특정 신문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그러나 신문사의 정확한 발행부수가 파악되지 않고 있어 시장점유율을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2005년 신문법 개정 때 종합일간지와 특수지, 지방일간지를 합친 신문시장에서 동아 조선 중앙일보의 점유율은 각각 15∼17%대로 추정됐다. 따라서 민주당 방안은 메이저 신문사의 방송 진출을 사실상 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당초 시장점유율 10% 미만의 신문에 한해 종합편성채널 진출을 허용하겠다고 했다가 협상 과정에서 진입장벽을 약간 낮췄다. 대기업의 경우 한나라당 수정안은 자산규모에 관계없이 방송 소유를 허용했지만 민주당은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의 진입 조건으로 ‘자산규모 10조 원 미만 사업자’를 내놓았다.

한나라당은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사 지분 보유 한도를 낮췄지만 민주당 안과의 차이는 여전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국회에 낸 방송법 개정안 등에서 지상파는 20%, 종합편성채널은 30%, 보도전문채널은 49% 한도 내에서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수정안에선 종합편성채널은 기존대로 유지하되 지상파는 10%, 보도전문채널은 30%로 비율을 낮췄다. 지상파와 보도전문채널의 지분 보유 한도를 각각 10%와 30%로 제한하자고 주장한 자유선진당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다만 지상파의 경우 2012년까지 지분 소유는 허용하되 경영권은 행사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한때 신문사와 대기업의 지상파 진출을 막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당 소속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민주당은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상파방송 소유 자체를 반대한다.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의 경우 민주당은 신문사가 20%, 대기업은 30%까지 지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여론 독과점을 막기 위한 사후 규제는 상대적으로 의견차가 적었다. 방송사의 시청점유율을 한나라당은 30% 이하, 민주당은 25% 이하로 각각 제한하도록 했지만 차이가 크지는 않다. 신문사의 방송 진출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도록 만든 한나라당은 신문사가 방송사를 소유하면 구독률을 환산해 방송점유율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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