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수정안 둘러싼 내부 갈등 봉합되나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친박 “박근혜 의견 상당부분 수용”
“미디어법 개정 취지 훼손” 불만도

한나라당이 21일 발표한 미디어관계법 수정안에 대한 당내 반응은 엇갈렸다.

당 지도부가 박근혜 전 대표가 제안한 ‘매체합산 시장점유율 제한’ 조항 등을 대폭 반영해 여론 독과점을 막기 위한 장치를 한층 강화한 수정안을 내놓은 데 대해서 친박(친박근혜)계는 고무된 표정이었다. 박 전 대표가 ‘의견 접근이 가능한 안으로 야당과의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당에서 상당한 노력을 했다는 것이 친박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이정현 의원은 이날 “여야 원내대표가 7시간 동안 진지하게 안을 놓고 대화한 것은 처음 아니냐”면서 “구독률 제한을 통한 신문의 방송진입 사전규제 조항 등을 둔 것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정도까지 양보했는데 민주당이 반대하면 같이 갈 수 없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친박계인 이경재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제시한 안보다 효력 면에서 더 강력하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수정안은 사실상 박 전 대표와 조율을 거친 것”이라며 “문방위 소속 친박계 의원들은 안이 나올 때마다 상세히 설명하고 (박 전 대표의) 반응을 들었다”고 말했다. 친박계가 이처럼 수정안에 힘을 실어줌에 따라 직권상정을 통한 표결 처리를 할 경우 친박 의원들의 반란표로 미디어법이 부결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나라당의 일부 문방위원이 수정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전날 여야 원내대표 협상에서 거론된 것으로 알려진, 지상파 방송에 신문사의 참여를 완전 배제하는 방안이 도마에 올랐다. 문방위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한나라당이 제시한 것은 2012년까지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지분소유 및 경영을 유예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지만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정병국 의원은 “당 일각에선 대기업과 신문의 지상파 진출을 배제해야 한다는 기류도 있는데 이는 방송3사의 독과점 구조를 바꾸자는 부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방위원들은 의총 직후 긴급회의를 열고 협상안에 대한 의견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결국 이날 오후 공개된 최종 수정안에는 지상파의 경우 2012년까지 지분 소유는 허용하지만 경영권은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원안이 그대로 반영됐다.

이 같은 우여곡절 끝에 당내 갈등은 봉합됐지만 박 전 대표를 의식하다 당초 미디어법 개정 취지를 훼손하는 안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 한 당직자는 “‘매체합산 시청점유율’의 경우 다른 계산이 가능해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면서 “박 전 대표의 눈치를 보는 바람에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차명진 의원은 20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미디어법 직권상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에 새로운 의견을 주장하면서 여야 합의를 주문한 것은 다 된 밥에 코 빠뜨리기”라고 주장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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